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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분석]벤투는 '손' 쓰는 법을 찾았다, 답은 '센트럴 손'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1-17 05:50


한국과 중국의 2019 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한국이 2대0으로 승리하며 조1위를 확정지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손흥민의 모습.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16/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역시 손흥민(토트넘)이었다.

손흥민, 단 한명이 가세한 한국은 특별한 팀으로 변신했다. 빠르고, 정교하고, 날카로와졌다. 손흥민의 기량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중국선수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손흥민을 앞세운 한국은 16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중국과 2019년 UAE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전반 14분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후반 6분 김민재(전북)의 연속골로 2대0으로 이겼다. 3연승에 성공한 한국은 승점 9로 조1위로 16강행에 성공했다.

사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손흥민은 14일 결전지인 UAE에 도착했다. 맨유와의 경기를 치른 손흥민은 런던으로 이동 후 UAE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6시간의 비행 후 손흥민은 곧바로 1시간 반을 달려 선수단이 있는 아부다비에 도착했다. 손흥민은 11월 A매치 기간 휴식을 취한 뒤 지난해 11월25일 첼시전부터 53일 동안 무려 15경기를 소화했다. 바로 아시안컵 일정까지 이어지며 혹사 논란이 일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경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최근 한달 동안 정말 많은 경기를 뛰었다. 아마 이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경기를 뛴 적이 없을 것"이라며 "컨디션과 몸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뉘앙스나, 분위기에서 교체 출전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선택은 선발이었다. 명단을 본 취재진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벤투 감독은 "지켜본 결과 충분히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컨디션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손흥민의 출전 의지도 강했다.


한국과 중국의 2019 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교체되며 벤투 감독과 포옹을 하고 있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16/
손흥민은 환상적인 활약으로 벤투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88분 교체 아웃될때까지 대표팀 공격을 완벽히 이끌었다. 손흥민은 두 골을 모두 만들어냈다. 전반 14분 직접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후반 6분에는 멋진 코너킥으로 김민재의 골을 도왔다. 1, 2차전에서 다소 부진했던 대표팀은 확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결정력만 좋았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이전 경기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손흥민의 희생과 노력이 더해지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였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눈 여겨 볼 것은 손흥민 활용법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이전까지 손흥민은 주로 왼쪽 날개로 뛰었다. 신태용 전 감독 시절, 최전방과 왼쪽 날개, 섀도 스트라이커 등 다양한 자리를 소화했던 손흥민은 벤투 감독 부임 후 줄곧 왼쪽에서만 뛰었다. 하지만 중국전은 달랐다. 벤투 감독은 가운데에 손흥민을 넣었다.

지난 1, 2차전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느려진 템포였다. 벤투 감독은 2선의 중앙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포진시켰다. 기대와 달리, 구자철은 느린 스피드와 볼처리로 템포를 죽였다. 3선에 자리한 기성용(뉴캐슬) 정우영(알사드) 황인범(대전)의 스피드마저 빠르지 않아, 대표팀의 경기 속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부상으로 낙마한 남태희(알두하일)의 공백이 두드러졌다. 남태희는 마무리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직선적인 돌파와 빠른 스피드로 대표팀의 공격 템포를 올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벤투 감독은 남태희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울산전지훈련부터 다양한 테스트를 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고민은 아시안컵 본선에서도 이어졌다.


한국과 중국의 2019 AFC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3차전이 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한국이 2대0으로 승리하며 조1위를 확정지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손흥민의 모습.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16/
답은 손흥민이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2선 중앙에 배치해 남태희가 했던 역할의 상당 부분을 맡겼다. 이 선택은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팀과 개인의 속도를 모두 높였다. 손흥민이 역습의 선봉에 서며 팀 전체의 템포가 올라갔고, 손흥민 개인도 달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알려진대로 손흥민은 속도를 붙이면 붙일수록 위력적인 선수다.

후반 왼쪽 날개로 배치된 이청용(보훔)이 빠지고 중앙 미드필더 주세종(아산)이 들어가며, 손흥민이 왼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황인범(대전)을 왼쪽으로 돌리고 손흥민을 그대로 중앙에 뒀다. 가운데서 보여준 손흥민의 활약에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손흥민은 누가 뭐래도 한국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다. 벤투 감독이 손 쓰는 법을 확실히 알았다는 것은 그만큼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다가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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