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박항서 최강희 축구 지도자 '한류 바람', 한국 승부사 DNA에 반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12-21 06:30


박항서 최강희 황선홍 박태하 스포츠조선DB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의 성공으로 축구 지도자들의 '한류 바람'이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우수 지도자들이 줄줄이 동아시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전북 현대를 아시아 최상위 클럽으로 끌어올린 최강희 감독은 거액 연봉을 받고 중국 슈퍼리그(1부) 톈진 취안젠 사령탑으로 이적했다. FC서울 사령탑을 지낸 황선홍 감독은 박태하 감독 후임으로 중국 옌볜 부더(2부)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4년 동안 '옌볜 영웅'으로 떠오른 박태하 감독은 2019년부터 중국축구협회와 손잡고 여자대표 B팀(상비군)을 이끌기로 했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 최진한(전 경남FC 감독) 최진철(전 포항 감독) 이운재(수원삼성 GK 코치)도 중국 남자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할 예정이다.

홍콩 국가대표팀 사령탑(기술위원장 겸임)을 지낸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부회장 겸임)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동아시아에선 한국 지도자의 승부사 DNA를 높게 평가한다.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우리 지도자들의 우수함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성공 가도는 한국 지도자가 동남아시아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결정적인 사건이다. 2017년 10월 낯선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짧은 기간에 괄목할 성적을 냈다. 아시아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그리고 최근 '동남아 월드컵'으로 통하는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은 레전드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할 명예와 함께 큰 돈도 만질 수 있게 됐다.

박 감독의 전략은 주효했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의 장단점을 빠른 시간에 파악했다. 또 맞춤식으로 짠 역습 전략이 잘 통했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주목을 받았던 박 감독은 경남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사령탑을 거치면서 수차례 성공과 실패를 통해 노련미를 더했다. 전문가들은 "박 감독이 베트남 선수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게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아버지 리더십'이 베트남 선수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의 성공 이후 베트남은 물론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지도자에 대한 러브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중국 축구계에선 한류가 지속되고 있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 권경원(톈진 취안젠) 등 선수들이 먼저 중국 슈퍼리그에서 정착했다. 지도자로선 '충칭의 별' 이장수 감독(전 서울 감독)이 큰 획을 그었다. 그후 주춤했던 한국 지도자들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박태하 감독이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옌볜 구단을 이끌었다. 만년 2부 팀을 1부로 끌어올렸고, 쉽게 지지 않는 끈기의 팀으로 변모시켰다. 그 여세를 몰아 박 감독이 중국 여자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옌볜 구단 경영진은 다시 한국 대표팀 공격수의 계보를 잇는 황선홍 감독을 영입해 지휘봉을 맡겼다. 최종환 HM스포츠 대표는 "중국 옌볜은 조선족자치구로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박태하 감독이 좋은 인상을 남겼고, 또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과 경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전북 현대를 13년 동안 이끌면서 K리그 6차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번 정상으로 이끈 최강희 감독이 연봉 84억원(세전)에 톈진 취안젠 사령탑에 부임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 재벌 취안젠 그룹 회장이 직접 최강희 감독 영입 전면에 나섰을 정도였다. 최강희 감독을 삼고초려 끝에 '모셔갔다'. 톈진 취안젠은 최강희 감독에게 사실상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줬다고 한다. "톈진 취안젠을 중국의 전북 현대 처럼 만들어달라"는 주문과 함께다.

전문가들은 "우리 지도자들의 한류 바람은 성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지금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려면 좋은 성적과 경기력이 계속 이어져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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