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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즌이었다."
경기 뒤 하대성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그는 "최악의 시즌이었다. 마지막까지 애간장을 탔다. 긴 시즌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04년 프로에 입문한 하대성은 울산, 대구, 전북을 거쳐 2010년 서울에 안착했다. 그는 2013년까지 네 시즌 동안 서울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리그에서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3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2년 연속(2012~2013년) 서울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상암의 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해외 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하대성은 지난 2017년 서울로 복귀했다.
그러나 4년 만에 돌아온 서울의 상황은 과거와 180도 달랐다. 그동안 서울을 빛나게 했던 'K리그 명문' 이미지는 오간데 없었다. 올 시즌에는 리그를 11위로 마감하며 승강 PO 나락으로 추락, 잔류 경쟁을 치르기도 했다.
하대성은 "예전에 서울에 있었을 때는 좋은 흐름이었다. 하지만 돌아와서 본 현실은 아니었다.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늦은 시기까지 경기를 할 때는 줄곧 챔피언을 가를 때였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웃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는 팀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힘든 시간이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하대성은 진지하게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는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했다. 그동안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미안했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내가 축구에 욕심을 부려야 하는가 고민했다.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님 계실 때 '이제 축구를 그만하고 싶다'고 말씀 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다시 한 번 해보자고 말씀 주셔서 재활에 몰두했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길었던 한 시즌이 끝났다. 하대성은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는 "(팀의 부진은) 선수들의 책임도 있다. 경기를 보면 안다. 강등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강등을 막아서 다행"이라며 "(나 역시) 끈을 놓지 않았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바닥을 친 하대성이 과연 다음 시즌에는 '상암의 왕' 위용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