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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 마침내 기적을 썼다.
바닥을 친 경남은 무너지지 않았다. 하나씩 팀을 새롭게 꾸렸다. 2016년 승점 10점 삭감 속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2부리그)를 8위로 마치며 가능성을 남긴 경남은 2017년 승격을 달성했다. 압도적인 경기력 끝에 얻은 열매였다. 그리고 K리그1 입성 첫 해인 올 해, ACL 진출이라는 기적을 달성했다. 성남이 시도민구단으로 ACL 무대를 간 적이 있지만, 당시는 FA컵 우승팀 자격이었다. FA컵은 토너먼트다. 5번만 이기면 된다. 38라운드가 이어지는 '장기레이스' 정규리그를 통해 당당히 ACL에 나서는 것은 경남이 최초다.
이제 ACL은 당장 현실이 됐다. ACL과 리그를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 구단 역시 매 시즌 살인적인 스케줄로 고통받는다. '명가' 수원, 울산, 포항 등도 ACL 병행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하위 스플릿행이라는 '망신'을 겪기도 했다. 경남은 벌써부터 ACL 준비에 돌입했다. ACL에 나선다고 하지만 도민구단의 지갑이 단번에 두터워질 수는 없다. 경남의 믿을 구석은 '철저한 준비'에 따른 '저비용 고효율' 행보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과 리그에서 저평가 받는 선수들 위주로 리스트를 꾸리며, 일찌감치 영입 준비에 나섰다.
가장 큰 변수는 '킹종부' 김종부 감독이다. 지금 경남은 김 감독이 만든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12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경남을 빠르게 바꿨다. 흙속의 진주를 찾아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김 감독의 손길 속 다시 태어난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다. 적재적소의 용병술과 전북을 만나서도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으로 ACL 티켓까지 거머쥐었다. 김 감독은 단숨에 아시아가 주목하는 명장 반열에 올랐다. 중국 슈퍼리그팀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3개 팀 이상이 김 감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은 일단 경남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자신이 공을 들인 경남과 함께 ACL 무대를 밟기를 원하고 있다. 경남 역시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재계약건으로 워낙 홍역을 앓은 만큼 김 감독은 경남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당시 구단에 대한 애정을 이유로, 한발 물러서 도장을 찍었던 김 감독이다. 결국 경남도의 의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ACL에 나서는 경남. 성공적 도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김 감독과의 재계약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