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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뉴(영국 울버햄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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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뉴(영국 울버햄턴)=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머리로는 이해가 간다. 다만 가슴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손흥민(토트넘)의 재교체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이다.
손흥민은 3일 밤(현지시각) 영국 울버햄턴 몰리뉴에서 열린 울버햄턴과 토트넘의 경기에서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일단 이날 손흥민은 선발이 아니었다. 벤치에서 시작했다. 그러던 전반 7분 갑자기 경기에 투입됐다. 경기 시작 4분만에 무사 뎀벨레가 다쳤기 때문. 갑자기 투입됐지만 경기력은 괜찮았다. 전반 27분 라멜라의 첫 골을 도왔다. 감각적인 스루패스로 골을 만들어줬다. 3분 후 모우라의 골, 그 시작점 역시 손흥민이었다. 아크 서클 앞에서 개인기로 수비를 흔들었다. 그리고 측면에 있던 트리피어에게 내줬다. 트리피어는 그대로 크로스, 모우라의 골이 터져나왔다.
그러던 후반 14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을 불러들였다. 대신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넣었다. 교체 사인을 본 손흥민의 표정에는 당혹감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교체로 들어간 선수를 다시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선수 개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포체티노 감독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왜 그는 손흥민을 불러들였을까.
아쉬움을 걷어내고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자. 일단 토트넘은 2-0으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울버햄턴이 계속 몰아치고 있었다. 특히 허리를 점령당했다. 허리에서부터 상대를 막아야만 했다. 미드필더를 넣어야만 했다. 에릭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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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뉴(영국 울버햄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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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아웃시킬 선수가 문제였다. 최전방 케인은 빼기 힘들다. 결국 2선 자원에서 한 명을 빼야했다. 손흥민과 라멜라, 모우라. 그 중 손흥민을 택했다. 이틀전인 2일 손흥민은 웨스트햄과의 카라바오컵 16강전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라멜라와 모우라는 출전하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의 머리 속에는 '체력 안배'가 들어있었다.
토트넘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사흘마다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해야만 했다. 모우라와 라멜라는 수요일 쉬었기에 체력이 있었다. 반면 손흥민은 90분을 뛰고 난 뒤 다시 뛰고 있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이틀 전 경기에서 90분을 뛴 선수를 교체했다. 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3일 뒤인 6일 밤 PSV 에인트호벤과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4차전을 앞두고 있다. 앞선 3경기에서 토트넘은 1무2패를 기록했다. 남은 3경기에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델레 알리를 아예 울버햄턴으로 데리고 오지 않은 것도 에인트호벤전 대비의 일환이었다. 손흥민 역시 에인트호벤전을 염두에 두고 뺀 것이기는 했다. 이성적으로 본다면 '감독' 포체티노의 결정에 문제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승리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지우기 힘들다. 축구계에서 '교체로 들어간 선수를 다시 빼는 것은 좋지 않다'는 불문율이 있다. 해당 선수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을 교체하던 순간 현지 언론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BBC는 '무사 뎀벨레 대신 교체로 투입됐던 손흥민이 에릭센과 교체돼 아웃됐다. 손흥민이 기뻐할 만한 교체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의 표정은 비참해 보였다'면서 '포체티노 감독은 그의 체력을 안배하려는 의도로 재교체했겠지만, 손흥민을 행복하게 할 만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도 정중히 사양했다. 그가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 그가 인터뷰마저 거절할 정도라면 아쉬움이 컸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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