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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다시 상승세를 탔다.
'잘해야 본전, 못하면 곱빼기로' 욕먹기 좋을 시기에 복귀했지만 제주와의 FA컵 8강전, 포항과의 33라운드 연승으로 복귀전을 장식했다.
돌아온 서 감독이 승리만 안겨준 게 아니다. 승리의 밑바탕이 되는 보이지 않는 힘도 가져왔다.
예상대로 서 감독은 20일 포항전에서 데얀, 염기훈 신화용 박종우 등을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푹 쉬다가 온 포항에 비해 유리할 게 없는 상황. 비겨도 잘한 경기라 여겼다.
하지만 감독과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오랜만에 출전 기회를 얻은 선수들은 주전-비주전의 경계가 없었다. 주전들이 제주전에서 감독 복귀를 축하했으니 리그 복귀전 승리는 비주전들이 선물하자는 의지가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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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2대0 승리의 골을 만든 이가 출전 기회가 적었던 김종민 김종우였고, 한의권은 김종우의 쐐기골을 도우며 오랜만에 공격포인트 갈증을 풀었다. 골키퍼 노동건은 선배 신화용이 앞서 보여준 '승부차기 선방쇼'에 자극받았는지 연이은 슈퍼세이브로 필드골 허용 위기를 막아내며 또다른 일등공신이 됐다.
이처럼 주전-비주전 가릴 것 없이 부쩍 힘을 내는 중심에는 서 감독이 있다. 서 감독이 떠난 뒤 한동안 동요했던 선수들이다. 서 감독의 말대로 "연봉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남아 준 선수들"이기에 충성도는 남달랐다.
지난 15일 팀 훈련장에 불쑥 나타난 서 감독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꿈만 같다'는 감사인사를 쏟아냈던 선수들이었다. 잠적한 서 감독과 연락이 닿지 않자 감독의 집을 불시에 방문하기까지 했던 그들이다.
지난해 재계약 할 때 다른 러브콜을 마다하고 "선수들과의 의리 때문에" 수원 잔류를 선택했던 서 감독이다. 이런 감독을 그리워했던 선수들이 돌아온 감독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똘똘 뭉치고 있다.
서 감독은 포항전을 마친 뒤 "그동안 기가 죽었던 선수들이 많았는데 스킨십을 통해 격려해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집중하고 있다. 잘 따라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승리보다 귀중한 '서정원 복귀 효과'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