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기나긴 터널을 벗어난 제주, 결국 6강 전쟁에서 웃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10-21 10:22



결국 제주가 웃었다.

20일 전국에서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33라운드가 펼쳐졌다. 관심사는 하나였다. 마지막 남은 그룹A 티켓의 향방이었다. K리그1은 33경기를 마친 뒤 '윗물'과 '아랫물'로 나뉜다. 33라운드까지 1~6위에 포진한 팀은 '윗물'인 상위 스플릿에서 우승 타이틀(1위)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2~3위)을 다툰다. 반면 7~12위 팀들은 '아랫물' 하위 스플릿에서 강등권(11~12위) 탈출이라는 생존경쟁의 장에 내던져진다.

역대급 6위 전쟁이라고 했다. 1위 전북을 시작으로 경남, 울산, 포항, 수원은 일찌감치 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한장의 티켓을 두고 제주, 강원, 대구, 서울이 경쟁률 4대1의 경쟁을 펼쳤다. 대구와 서울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하위스플릿행을 확정지으며 대결은 제주와 강원, 2파전으로 압축됐다.

운명은 33라운드에서 갈렸다. 제주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강원은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만났다. 제주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제주는 32라운드에서 경남을 1대0으로 꺾고 승점 41로 6위에 올랐다. 강원은 승점 39로 7위다. 제주가 승리하거나, 강원이 지면 무조건 제주가 올라갔다. 하지만 제주가 비길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졌다. 강원이 비기면 제주가 올라가지만, 강원이 승리하면 다득점에 앞서 강원이 6위가 됐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었다.


경기 전 만난 조성환 제주 감독은 "2015년 생각이 난다"고 했다. 조 감독의 부임 첫 해이기도 했던 2015년, 제주는 극적으로 상위스플릿에 진출했다. 당시 제주는 승점 45의 인천에 승점 2 뒤져 있었지만, 33라운드에서 드라마를 썼다. 종료 2분 전 터진 로페즈의 극적인 결승골로 '최강' 전북에 3대2로 승리하고, 인천이 성남에 0대1로 패하며 기적 같은 그룹A행에 성공했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상황은 2015년만큼 좋지 않았다. 제주는 주중 FA컵에서 수원에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걱정"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맞상대 서울은 이날 최용수 감독이 복귀전을 치렀다. 최 감독은 제주에 무척 강했다. 조 감독은 "상대가 어떻든 우리 경기를 펼치는 것이 중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 초반부터 제주가 서울을 두드렸다. 하지만 제주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측면까지는 잘 갔지만, 결정적 기회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제주-서울전의 전반은 0-0으로 마무리됐다. 울산에서도 강원-울산전의 스코어는 0-0이었다. 전반 종료까지 승점은 제주가 42, 강원은 40. 제주가 여전히 한발 앞섰다. 후반 제주는 여전히 서울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반대쪽에서 희소식이 전해졌다. 후반 18분 울산의 박용우가 선제골을 넣었다. 제주 관중들이 들썩거렸다. 제주가 승점 42, 강원이 39. 승점차를 벌렸다. 31분 울산의 주니오가 추가골을 넣었다. 사실상 제주의 6위행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조 감독은 이때까지 강원-울산전의 스코어를 모르고 있었다. 강한 집중력으로 무장한 제주는 기어코 자력으로 상위스플릿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후반 37분 김남춘의 볼을 가로챈 찌아구가 오른발슛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제주 팬들도, 벤치도 아껴뒀던 함성을 폭발시켰다. 결국 제주-서울전은 1대0, 강원-울산전은 0대2로 마무리됐다. 제주는 승점 44, 강원은 승점 39. 운명의 여신은 제주에 미소를 지었다. 조 감독은 "내가 복이 많은 모양이다. 힘든 시간에도 성원해주신 팬들과 제주 구성원, 그리고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거뭇해진 조 감독은 "이제서야 면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언제 쉽지 않은 시즌이 있었냐"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조 감독이지만, 올 시즌은 유독 더 어려웠다. 폭풍영입을 단행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잠잠한 겨울을 보내며, 이렇다할 전력 보강도 하지 못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기 탈락했고, 시즌 중반에는 15경기 무승의 수렁에도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는 기어코 상위스플릿행에 성공했다. 운도 따랐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이 인상적이었다.


이로써 제주는 4시즌 연속 상위스플릿행의 기쁨을 맛봤다. 전북과 함께 유이한 기록이다. 지난 4년간 '전통의 강호' 울산, 서울, 수원도 한차례씩 하위스플릿의 쓴맛을 봤다. 조 감독 부임 이래 제주는 꾸준함을 유지하며 강호로서 확실한 이미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1차 목표를 달성한 제주의 시선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향한다. 쉽지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3위 이내 진입이 유력한 울산이 FA컵 우승을 거머쥐고, 제주가 4위에 오르면 가능하다. 4위 수원과의 승점차는 5다. 조 감독은 "34라운드부터는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남북교류 특별페이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