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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기사가 나면 애들이 풀어질수도 있는데…."
고종수 대전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거칠 것 없던 현역 시절과는 딴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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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팬들도 등을 돌렸다. 김 대표가 엇박자를 내며 서포터스까지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고 감독은 "누굴 탓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극복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재밌고 끈끈한 축구를 하면 관중이 다시 올 것이라 믿었다. 선수들에게 미안한 부분이 많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응원해주지 않는다고 뭐라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이겨내자고 강조했다"고 했다.
7월이 터닝포인트였다. 대전은 7월 한달 동안 단 1승도 하지 못했다. 고 감독은 "7월 성적이 2무3패였다. 그 전에 3연승을 하면서 살아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바닥이었다. 이 팀을 맡고 선수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있더라. 실제로 시즌 초반에 잘하고도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솔직히 말을 했다. '이런 분위기로 하면 작년과 똑같은 상황이 나온다. 멀리 내다보지 말고 한경기 한경기 절실한 마음으로 이겨내자'고, 지금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하자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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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통해 고 감독도 조금씩 감독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 감독은 "아직 멀었다. 동기부여를 하는게 너무 어렵다. 베테랑, 젊은 선수 모두 아우르면서 함께 가야 하는데 이걸 하는게 참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코치 시절에는 형님 처럼 다가가면 되는데 감독이 된 후에는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고 감독은 성장하고 있었다. 묵묵하지만, 디테일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얻고 있었다.
분위기는 좋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통해 스타가 된 황인범까지 가세한다. 고 감독은 "우리한테 없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다. 유스 출신인만큼 구단 전체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있다"고 했다.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였던 고 감독은 특히 기대가 크다. 그는 "미약하지만 직접 가르치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 언제까지 인범이가 팀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누군가 묻더라. K리그1에 보낼 것인지, 유럽으로 보낼 것인지. 유럽으로 가는게 맞다. 거기서 실패를 해도 싸우고 부딪혀야 한다. 그래야 커진다. K리그1으로 간다면 안보낼 것"이라고 했다.
대전은 이제 플레이오프를 바라본다. 고 감독은 "우리 목표가 중간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지금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제 8경기 남았다. 밑에 있는 팀과 승점차가 크지 않다. 안일한 생각으로 하면 따라잡힐 수 있다. 매 경기 충실하면 어느 순간 좋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지금처럼 죽어라 뛸 것이다. 지금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초반에 어려웠을 때 그때 마음으로 뛰겠다. 그러면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