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기 치른 벤투호 1기 태극전사 성적표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9-12 10:06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펼쳤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벤투 감독.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9.07/

'벤투 1기'가 막을 내렸다.

4년 간 한국축구를 이끌 새 수장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첫 출발이라 관심이 높았다. 두 경기를 치렀다. 성공적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2위 코스타리카를 맞아 2대0 완승을 거두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12위의 강호 칠레를 맞아 고전했지만, 0대0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이 두 경기를 통해 벤투호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상승했다.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한 빠른 전환 등은 호평을 받았다.

벤투 감독은 이번 9월 A매치 평가전에 24명의 선수들을 소집했다. 조현우(대구)가 부상으로 중도 낙마하고 송범근(전북)이 대신 엔트리에 포함됐다. 사실 벤투 감독의 색깔을 내기는 어려웠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멤버들을 더했다. 남태희(알두하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윤석영(서울) 등 잊혀진 '런던 세대'도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20명이 실험대에 올랐다. 송범근 주세종(아산)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 윤영선(성남)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실험의 폭을 크게 하지는 않았다. 8명이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교체를 통해 다른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명단은 월드컵 최종예선 10경기, 본선 3경기, 추가 경기 등을 보고 확정한 선수들이다. 일부 기술파트에서 조언을 받아 선발한 선수들이다. 이후 명단은 몇명을 뽑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마지막 결정권을 가질 것이다. 10월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충분히 경기를 보고 분석을 해서 선수들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공 걷어내는 김영권
(수원=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칠레 경기. 김영권이 몸을 날려 공을 막아내고 있다. 2018.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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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기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누구일까. 역시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김영권(광저우 헝다) 기존의 핵심 척추라인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역시 공격의 중심이었다. 왼쪽에 위치한 손흥민에게 정해진 자리는 없었다. 프리롤로 뛰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득점은 없었지만, 가장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벤투 감독이 은퇴를 만류할 정도로 애정을 보인 기성용은 전술의 키였다. 좌우 전환을 강조하는 벤투식 축구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칠레전에서는 상대의 압박에 다소 고전했지만, 코스타리카전에서 감탄을 자아낼 정도의 롱패스를 선보였다. 김영권은 러시아월드컵 이후 새로 태어난 모습이었다. 중국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해 경기 감각이 우려됐지만, 차원이 다른 수비력을 과시했다. 수비의 확실한 중심을 잡았다.

지동원 이재성(홀슈타인 킬)도 눈에 띄었다. 작년 10월 모로코전 이후 약 1년여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지동원은 영리한 움직임으로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최전방 공격수에 폭넓은 움직임과 연계를 강조하는 벤투 감독 스타일에 딱 맞는 모습이었다. 후반 교체로 들어간 칠레전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재성은 독일 진출 후 한단계 성장한 모습이었다. 탁월한 센스와 기술은 여전했고, 피지컬적으로도 좋아졌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오른쪽, 칠레전에서는 중앙에서 뛴 이재성은 두 자리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하는 벤투 감독의 구미를 만족시켰다. 오른쪽 윙백 이 용(전북)과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 공격수 황희찬(함부르크)도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펼쳤다. 장현수가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9.07/
그 외 선수들은 평가가 엇갈렸다. 기대를 모았던 황의조는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좋았던 플레이를 재현하지 못했다. 물론 전술적 차이도 있었지만, 칠레 같은 강한 팀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황태자로 떠오르는 듯 했던 남태희는 칠레전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상대의 강한 압박 속 이렇다할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핫이슈'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출전 시간 자체가 너무 적었다. 칠레전에서는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장현수(FC도쿄)는 이번에도 실수가 문제였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가며 좋은 플레이를 펼쳤고, 칠레전에서도 김영권과 중앙을 잘지켰다. 하지만 마지막 백패스 실수 하나로 점수를 다 까먹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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