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씁쓸했다. 한-일 축구의 격차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확연했다. 내용은 물론 결과까지 일본이 압도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일본축구의 상승세는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다만 유럽축구와는 또 다른 색깔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자신들이 세운 비전과 정책을 통해 수년간 준비해온 결과물을 생산해냈다. 심지어 월드컵 개막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대표팀 수장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경기력은 요동치지 않았다. 이미 안정된 시스템 안에서 '원팀'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 한국축구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두 단체의 협업을 통한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 연결고리는 마련됐다.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전 A대표팀 감독이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4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역대 A대표팀을 4년간 이끈 사령탑은 없었다. 벤투 감독이 '최초'의 타이틀을 달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의 생각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벤투 감독은 2주 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협상 테이블에서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코칭스태프 사무실 설치를 요청했다.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통해 자신이 4년 뒤 활용해야 할 자원들이 수시로 소집되는 17세 이하, 19세 이하(U-17) 등 연령별대표팀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A대표팀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을 제외하곤 오직 프로 경기만 관전했었다.
프로축구연맹도 정책적으로 국제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카타르월드컵은 역대 월드컵 최초로 11월에 펼쳐지게 됐다. 이 시기는 시즌 막바지다. 부상과 체력저하로 고생할 선수들이 많다. 미리 효율적인 리그 일정을 마련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
협회는 유대우 부회장을 필두로 연맹과 협업해 TF팀을 꾸려 '비전 해트트릭 2033'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 중이다. 이용수와 최순호 전 부회장들이 협회를 떠나면서 미래전략기획단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부서가 돼 버렸다. '아시아의 별' 박지성(37)을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지만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뚜렷한 비전은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협회가 A대표팀 감독만 뽑는 조직인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완성돼 진행돼야 마땅했던 장기 로드맵, 즉 큰 그림이 빨리 그려지지 못하면 한국축구는 아시아에서도 큰 소리 칠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지붕은 물 새기 전에 손봐야 한다. 한국축구에는 이미 조금씩 비가 스며들고 있다. 장마가 곧 시작될 조짐이다. 위기의 전조는 이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하나둘씩 보이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