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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치밀한 축구행정, KFA도 벤투와 함께 장기플랜 세워야 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8-23 05:20


ⓒAFPBBNews = News1

씁쓸했다. 한-일 축구의 격차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확연했다. 내용은 물론 결과까지 일본이 압도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일본축구의 상승세는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다만 유럽축구와는 또 다른 색깔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자신들이 세운 비전과 정책을 통해 수년간 준비해온 결과물을 생산해냈다. 심지어 월드컵 개막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대표팀 수장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경기력은 요동치지 않았다. 이미 안정된 시스템 안에서 '원팀'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캡처=일본 풋볼 존 웹
이 뿐만이 아니다. 더 밝은 미래라는 희망을 얻었다. 물밑에서 발 빠르게 4년 후를 준비했다. 17~19세 연령별대표 23명(19세 19명, 18세 3명, 17세 1명)을 선발, 성인대표팀의 러시아 내 베이스캠프에 합류시켜 11일간 함께 훈련을 받게 했다. 포지션별로는 골키퍼 3명, 수비수 8명, 미드필더 8명, 공격수 4명. 특히 '일본의 메시'로 불리는 구보 다케후사는 17세에서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들은 러시아의 루빈 카잔 U-20와 연습경기도 치렀다. 당연히 일본이 치른 월드컵 경기도 관전했다. 4년 뒤 월드컵을 뛸 선수들의 선경험은 일본축구가 국제무대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일본축구협회의 치밀함은 다른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U-21대표팀을 출전시켰다. 2년 뒤 도쿄올림픽 때 22~23세가 되는 선수들이다. 일본 언론들도 협회의 로드맵을 적극 돕고 있다. 지난 19일 '박항서 매직'이 현재진행형인 베트남에 0대1로 패했지만 일본 언론에선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 산케이스포츠는 '일본은 21세 이하 선수들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23세 이하 선수들로 치를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며 때를 기다려주는 모습이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 한국축구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두 단체의 협업을 통한 장기적 플랜이 필요하다. 연결고리는 마련됐다.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전 A대표팀 감독이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4년 임기를 보장받았다. 역대 A대표팀을 4년간 이끈 사령탑은 없었다. 벤투 감독이 '최초'의 타이틀을 달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의 생각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벤투 감독은 2주 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협상 테이블에서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코칭스태프 사무실 설치를 요청했다. 자연스런 세대교체를 통해 자신이 4년 뒤 활용해야 할 자원들이 수시로 소집되는 17세 이하, 19세 이하(U-17) 등 연령별대표팀을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A대표팀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을 제외하곤 오직 프로 경기만 관전했었다.

기대되는 건 협회 전임지도자들로 구성된 연령별대표팀 지도자들과의 자연스런 소통과 협업이다. 17세이지만 이미 U-19대표팀으로 월반한 이강인(발렌시아)의 A대표팀 콜업도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도 정책적으로 국제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카타르월드컵은 역대 월드컵 최초로 11월에 펼쳐지게 됐다. 이 시기는 시즌 막바지다. 부상과 체력저하로 고생할 선수들이 많다. 미리 효율적인 리그 일정을 마련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도쿄올림픽 프로젝트도 중요해 보인다. 일본이 이미 시행했던 것처럼 2022년 만 23세가 되는 선수들만 꾸려 한 팀을 프로무대에 편입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협회는 유대우 부회장을 필두로 연맹과 협업해 TF팀을 꾸려 '비전 해트트릭 2033'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 중이다. 이용수와 최순호 전 부회장들이 협회를 떠나면서 미래전략기획단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부서가 돼 버렸다. '아시아의 별' 박지성(37)을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지만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뚜렷한 비전은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협회가 A대표팀 감독만 뽑는 조직인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완성돼 진행돼야 마땅했던 장기 로드맵, 즉 큰 그림이 빨리 그려지지 못하면 한국축구는 아시아에서도 큰 소리 칠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지붕은 물 새기 전에 손봐야 한다. 한국축구에는 이미 조금씩 비가 스며들고 있다. 장마가 곧 시작될 조짐이다. 위기의 전조는 이미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하나둘씩 보이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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