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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각 국에 손흥민을 만드려는' 차붐의 마지막 퍼즐이 시작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7-19 17:30


차범근 전 감독과 박금철 중정문체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공감

사진제공=스포츠공감.

"사람들이 왜 98골에서 멈췄냐고 하더라. 그래서 남은 한골은 한국축구가, 나머지 한골은 아시아축구가 채워줄 퍼즐이라고 했다."

'차붐'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은 '아시아의 영웅'이다. 아시아가 철저히 변방으로 취급받던 1978년 혈혈단신 독일로 넘어가,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당시 세계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2년간 총 308경기에서 98골을 넣었다. 은퇴 당시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1위를 기록했던, 그야말로 탈 아시아급 공격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차범근을 20세기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공인했다. 아시아의 대표 얼굴인 차 전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레전드 자격으로 러시아를 누볐다.

인종 차별이 있던 힘든 시기, 동양인으로 독일에서 힘겨운 싸움을 했던 차 전 감독에게 아시아 선수들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선수들이 유럽에서 힘든 시절을 보내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았다. 그에게 '마음의 짐'이 있었다. 국제 무대에 얼굴을 비칠때마다 '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위해 차붐이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언이 이어졌다. 차 전 감독 역시 이를 원했다. 차 전 감독은 "유럽과 남미가 축구 대륙으로 발전한 것은 주변국들이 잘하기 때문이다. 서로 부딪히다보니 긍정적인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아시아도 한국, 일본의 발전만으로는 더이상 성장할 수 없다. 아시아도 같이 부딪히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 언젠가 아시아에서 월드컵 우승국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차 전 감독의 생각이자 꿈이었다.


사진제공=스포츠공감
마지막 남은 한골을 채우기 위한 차 전 감독의 꿈을 실현시킬 프로젝트가 마침내 시작됐다. 19일 중국 선전에서 '팀 차붐 플러스 런칭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차 전 감독, 박금철 중정문체 대표, 정의석 올리브 크리에티브 대표 등이 함께했다. 차 전 감독의 세째 차세찌가 발표자로 나섰다. '팀 차붐 플러스'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속한 46개국의 유소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형 프로젝트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수준 높은 지도자를 초빙해 유소년 선수들과 유소년 지도자들을 교육하고,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을 선발해 유럽에서 뛸 기회를 주는 것이 기본 내용이다. 롤모델은 독일이지만, 각국 사정에 맞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담을 예정이다. 아시아 축구발전에 관심이 높은 FIFA와 독일축구협회에서도 지원을 약속했다. 한국과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할 생각이다. 아시아 각 국에 손흥민과 같은 슈퍼스타 1명씩을 선물해 주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시작됐다. 차 전 감독은 지난해 '차범근 축구상 3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팀 차붐'을 만들었다.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초등부 수상자 13명으로 구성된 '팀 차붐'은 독일로 원정을 떠나 현지 팀과 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독일의 유소년팀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기량 향상이 눈에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독일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중학교 진학 후 3학년에 밀려 기회를 얻지 못했다. 중등부까지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싶었다. 초등부는 차 전 감독의 사재와 스폰서를 통해 운영이 가능했다. 중등부는 더 큰 돈이 필요했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국내기업은 고개를 돌렸다.

이때 중국의 중정문체라는 기업에서 제안이 왔다. 중정문체의 모그룹이자 금융기관인 CITIC그룹은 2015년 맨시티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축구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 입장에서도 차 전 감독의 매력적인 이름이었다. 아시아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에 차 전 감독을 빼놓고 할 수 없었다. 중증문체는 이번 프로젝트를 차 전 감독에게 제안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선전이라면 가능하다고 했다.

차 전 감독에게 선전은 특별한 도시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성적부진으로 중도경질되고, 이어진 인터뷰에서 승부조작 발언으로 홍역을 겪은 차 감독은 중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때 왔던 곳이 선전이었다. 차 전 감독은 선전에서 마음의 병을 치유했다. 아내가 투병하며 아쉽게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지만, 순수하고 열정적인 선전 선수들과 시민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차 전 감독이 선전을 찾을 때면 당시 스태프, 선수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차 전 감독은 그런 선전의 축구 발전을 위해 꼭 축구교실을 열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진제공=스포츠공감
중정문체와 대화를 나누던 중, 기업이 선전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연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차 전 감독은 "왜 유소년이냐?"며 그들의 진심을 먼저 확인했고, 그들의 의지를 확인한 후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선전은 이 프로젝트의 센터 역할을 한다. 선전시 역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선전 중심가에 있는 푸티엔 경기장도 흔쾌히 내놓았다. 당초 이 경기장은 중국 진출을 노린 유럽 클럽들이 군침을 흘리던 곳이다. 푸티엔 경기장은 시설, 입지 조건 등 최적의 시설을 자랑한다. 실제 성사 단계까지 간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선전시는 '팀 차붐 플러스'에 허가권을 주기로 했다. 훈련장으로 사용될 푸티엔 경기장을 방문한 차 전 감독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차 전 감독은 중국 최초로 독일에서 뛰었던 양천, 수원에서 함께 한 리웨이펑 등 인연 있는 중국 축구인과 함께 선수 선발과 프로그램을 논의할 계획이다. 선전에서 함께한 제자들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도 조만간 위원회를 선임할 예정이다. 국내 훈련장도 수도권에 짓는다. 차 전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독일과 국제무대에서 쌓은 인맥과 노하우를 총동원할 생각이다. 일단 올해 선전과 한국에서 능력있는 중등부 선수들을 선발해, 올해 연말 독일에서 교류전을 가질 계획이다.

차 전 감독은 "2030년 아시아에서 다시 한번 월드컵이 열릴 것이다. 그때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유소년 육성은 내 사명이다. '왜 한국축구는 안될까' 하는 질문의 답을 독일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찾았다. 이후 독일의 좋은 환경을 포기하고 척박한 한국으로 돌아와 축구교실을 시작했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고, 선수도 키웠다. 어렸을 때 태국, 말레이시아를 돌며 경기를 치렀다. 그때 함께한 곳에 대한 마음의 빚 같은 것이 있다. 여기저기 아시아 대표라고 하는데 내 역할이 필요한 곳이 있을 것이다. 아시아가 잘 돼야 한국도 더 잘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내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선전(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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