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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1만2925명' 조현우가 돌아왔다, 달구벌이 응답했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7-08 20:55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조현우!" "조현우!"

대구와 서울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15라운드 대결이 펼쳐진 8일 대구스타디움. 킥오프까지 1시간 30여분 남은 시각, 대구의 수문장 조현우(27)가 사전 인터뷰를 위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들어온 수백 관중은 목청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조현우가 몰고 온 '대구의 축제'

조현우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의 조별리그에서 '슈퍼세이브'를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의 최종전에서는 상대의 슈팅을 모조리 막아내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조현우는 경기 뒤 국제축구연맹(FIFA) 최우수 선수(MOM)에 선정됐다.

전 국민적의 눈길이 쏠린다.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 귀국식에는 수백 관중이 몰렸다. 50여 건이 넘는 인터뷰는 물론이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다. 유니폼 판매량도 달라졌다. 구단은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 직후 발 빠르게 조현우 친필사인 유니폼을 제작했다. 사흘 만에 100벌 넘게 팔려나갔고, 추가 문의도 쇄도했다.

조현우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한 '직관' 열풍도 매우 뜨거웠다. 대구-서울전 가변석 DG존과 CGV존 약 4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일반석 예매 속도 역시 평소보다 빨랐다. 현장 예매 열기도 폭발적이었다. 비가 내릴 듯한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매표소는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긴 줄이 형성됐다.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표를 구하려는 팬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경기장도 축제 그 자체였다. 팬들은 조현우의 이름을 연호하며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6년째 대구 팬이라는 박민지(21)씨는 이러한 상황 자체가 반가운 듯 했다. 그는 "대구 홈경기에 이렇게 많은 분이 오신 것은 처음 본다. 빈 스타디움에서 경기하는 것보다는 관중이 꽉 찬 경기장에서 축구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며 호호 웃었다.

실제로 이날은 '조현우 덕분에' 혹은 '조현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이 많았다. 중학교 3학년인 김예원-지희진 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장 '직관'을 했다. 김예원 양은 "사실 축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가 참 짜릿하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조현우 선수가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며 "K리그 경기장에 오면 조현우 선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다. 재미있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식었던 '월드컵 호재', 조현우가 불을 지폈다

사실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월드컵 호재'는 끝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로 2006년 월드컵이 끝난 직후 열린 리그컵 9경기에서 평균 508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2010년 남아공에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궈냈지만, 관중수는 눈에 띄게 늘지 않았다. K리그 2경기와 리그컵 4경기 등 6경기에서 총 4만8225명(평균 관중 8038명)이 모이는데 그쳤다. 4년 전. 조별리그를 1무2패로 마감했던 브라질 대회 직후는 최악이었다. 싸늘한 민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남과 서울 경기가 열린 광양을 제외하고는 평균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다르겠지'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조현우를 비롯해 K리그 선수들이 활약을 펼쳤다. 무엇보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대0으로 제압하는 역사를 썼다. 기대감은 고스란히 대구벌로 연결됐다. 월드컵 '히어로' 조현우는 월드컵 휴식기 직후 치르는 첫 경기에 구름관중을 몰고 왔다. 이날 대구스타디움에는 유료관중 1만2925명(총 1만3403명)이 들어찼다. 올 시즌 평균관중(2401명)을 5배 웃도는 수치다. 조현우가 지핀 K리그 불씨. 남은 과제는 어떻게 유지, 발전 시키느냐다. 이제 막 시작한 후반기 열전, 월드컵 호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대구와 서울이 2대2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씩 나눠가졌다.

대구=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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