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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은퇴 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3가지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이제 180도 달라졌다. 다른 감독들의 전술을 비판하던 성공한 분석가에서 분석가들의 실랄한 비판을 한 몸에 받는 실패한 감독으로 전락했다. 2015년 12월13일 발렌시아의 지휘봉을 잡은 네빌 감독은 초라한 성적 속 단 4개월 만에 경질됐다. 네빌은 이후 다시 해설가로 돌아왔지만, 예전 같은 공신력은 더 이상 없었다.
네빌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현장과 밖의 온도차는 크다. 분석가는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두고 분석한다. 반면 감독은 과정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최상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경험과 감, 그리고 선수단 전체를 관통하는 운영능력이다. 감독을 매니저라고 하는 이유다. 네빌은 잉글랜드 대표팀 수석 코치를 역임하며 전술적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코치와 선수단 전체를 컨트롤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유소년 감독직 조차 수행한 적이 없는 네빌 감독은 고비 마다 악수를 두며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5일, 이들을 향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의 소신 발언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팬들의 시선은 따갑다. '경험이 없으면 그런 말도 할 수 없나', '꼰대'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떠한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이들 한국축구 레전드들의 현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축구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하고, 가장 정확한 문제점을 지적해줄 수 있는 이들이 한국축구의 중심에서 빗겨나 있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홍 전무 발언의 핵심 역시 이 부분이다. "현장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꼭 현장 지도자나 감독으로 경험을 한다면 해설 내용이 깊어질 것 같다. 그런 훌륭한 사람들이 여기(대한축구협회)에서 일했으면 좋겠다. 문이 열려 있다."
현장에 대한 참여는 지도자일 수 있고, 행정가일 수도 있다. 레전드들이 '입 축구'를 하는 동안, 과연 이들이 한국축구를 위해 어떤 헌신을 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제 무리뉴 맨유 감독은 네빌을 만나 "벤치에 있으면 비디오를 멈출 수도 없고, 스크린을 터치할 수도 없으며, 선수들을 그에 맞게 움직일 수도 없다"고 일갈 했다. 그의 말은 분명 사실이다. 현장으로 입장하는 문 안팎은 이토록 다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