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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러시아 아웃사이더]'수면제 축구'에 7만관중 야유, 한국 지도자들도 본받자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6-27 17:32


France's forward Antoine Griezmann's father, Alain, and his brother, Theo, are pictured in the stands before the Russia 2018 World Cup Group C football match between Denmark and France at the Luzhniki Stadium in Moscow on June 26, 2018. / AFP PHOTO / FRANCK FIFE

지난 26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덴마크-프랑스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C조 최종전.

이미 2승을 거둔 프랑스는 져도 최소 2위를 확보, 16강행 티켓을 거머쥔 상태였다. 그래서 폴 포그바, 킬리안 음바페 등 주전선수를 대거 뺐다. 덴마크도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팀은 초반부터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보였다. 객관적인 전력 때문에 프랑스가 볼 점유율을 높이며 덴마크를 가둬두고 경기를 운영했지만 파상공세는 아니었다. 허점이 보일 때까지 패스 플레이가 이어졌다. 백 패스가 많아졌다. 덴마크 역시 극단적인 공격 플레이를 펼치지 않았다. 빠른 역습으로만 프랑스를 괴롭혔다.

경기는 지루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들어찬 7만8011명의 관중들은 야유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한 관중은 경기 중 돈을 손에 쥐고 흔들며 "이런 경기를 보기 위해 수십만원씩 내고 온 것이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양팀의 경기는 흑역사가 됐다. 월드컵 38경기 만에 나온 0대0 무승부였다. '수면제 축구'에 경기가 끝난 뒤에도 관중들의 야유는 끊이지 않았다.

사실 K리그에선 드문 일이지만 유럽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지루한 경기가 이어지면 야유가 쏟아진다. '닥공(닥치고 공격' 브랜드를 창조해낸 최강희 전북 감독도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었는데 백 패스 두 번만 나오면 팬들이 난리를 친다. 결국 선수들은 팬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아니냐. 그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선 공격축구밖에 답이 없더라. 나도 당시 많은 걸 느끼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한다.

월드컵은 세계축구의 트렌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무대다. 공격축구가 대세다. 덴마크-프랑스전만 빼고 수비적으로 잠그는 팀이 없다. 골을 넣으려고 애를 쓰고 기술을 부리는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월드컵은 강팀과 약팀 대결의 연속이다. 그래서 약팀은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편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내려서는 것일 뿐 공격 기회가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한다. 팬들이 절대적으로 이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놓고 수비축구를 하는 건 팬들에게도 공감대를 살 수 없는 일이다. 토너먼트는 수비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긴 하지만 수비도 공격성을 띄어야 한다.

K리그 감독들도 4년 마다 월드컵을 지켜본다. K리그 축구스타일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이들이 특히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더 많이 느꼈으면 한다. K리그의 환경을 탓 할 순 있다. 축구 철학이 정립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정서, 파리목숨…. 지도자는 공격축구를 하고싶어도 승점 1점이라도 따내기 위해 잠그고 또 잠글 수밖에 없단다. 그러나 팬들을 위해선 공격축구가 답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 팬이 있어야 환경과 무대가 번성해지고 한국축구가 다시 부활할 수 있다. 선수들만 탓 할 게 아니다. 프로 지도자 뿐만 아니라 유소년 지도자들이 변해야 선수도 바뀐다. 모스크바(러시아)=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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