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신태용 감독님, 멕시코전은 조금만 덜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6-22 05:59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심각한 신태용 감독.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장고 끝에 악수'라 했던가. 스웨덴과의 1차전이 딱 그랬다.

반드시 잡아야 했던 18일(이하 한국시각) 스웨덴전. 정보전에 목을 매며 카드를 감추고 감췄던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4-3-3이었다. 스웨덴의 높이를 의식해 장신의 김신욱(전북)을 최전방에 두고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좌우 날개로 배치했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을 포백 바로 앞에 위치시키고, 미드필드와 수비 간격을 최대한 좁혔다. 손흥민과 황희찬까지 내려와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지만, 정작 골을 넣을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손흥민은 최전방까지 가기 위해 60~70m를 달려야 했다. 기성용도 지나치게 수비적인 역할을 하다보니 막상 빌드업에 관여하지 못했다. 결국 단 한번의 유효슈팅도 하지 못한 채, 0대1로 패했다.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수비는 해야겠고, 높이는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보니 이도저도 되질 않았다. 꼭 이기려는 마음에,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 결과, 우리 것을 놓쳐버렸다.

이제 두번째 경기다. 신태용호는 24일 오전 0시 러시아 로프토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지면 끝이다. 16강은 그대로 물건너 간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다. 멕시코는 1차전에서 '세계 최강'이자 '디펜딩챔피언' 독일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결과만으로도 놀랄 일이지만, 과정은 더욱 좋았다. 수비는 탄탄했고, 역습은 빨랐다. 조직적인 움직임도 좋았고,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멕시코는 스웨덴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다. 빠르고 개인기도 좋은데다, 많이 뛰기까지 한다. 개인기량에서 우리가 넘보기 어렵다. 전술상으로도 워낙 옵션이 많아 분석도 쉽지가 않다. 멕시코는 수비에서는 포백과 스리백, 공격에서는 원톱, 투톱, 스리톱을 넘나든다. 신 감독의 고민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훈련을 했다.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20/
사실 신 감독은 승부처마다 생각이 너무 복잡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 16강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기니가 속한 죽음의 조를 탈출한 한국의 16강 상대는 포르투갈이었다. 그때도 신 감독은 "내 머릿 속에 해법이 있다"고 했다. 4-3-3을 썼던 한국은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깜짝 4-4-2 카드를 택했다. 처음으로 쓴 카드였다. 포르투갈의 좌우 측면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이승우와 백승호, 두 에이스를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1대3 패배였다. 대회 내내 맹활약을 펼쳤던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백승호(지로나)는 수비 부담 속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측면에서 윙백에 가깝게 뛰었던 스웨덴전의 손흥민, 황희찬과 오버랩 되는 장면이다.

냉정히 말해 신 감독의 포르투갈전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8강전에서 우루과이는 한국과 같은 전술로 포르투갈을 잡았다. 하지만 우루과이에게 4-4-2는 그렇게 낯선 카드가 아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포르투갈이라는 상대를 의식했지만, 본연의 스타일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우루과이는 빠른 역습과 특유의 끈적한 수비로 승리를 따냈다. 반면 우리는 상대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그동안 좋았던, 잘했던 부분을 놓쳤다.

축구에는 왕도가 없다. 어느 한 방법이 절대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수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발을 맞출 훈련이 필요하고, 이를 테스트 할 평가전이 필요하다. 과정 없이 절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설령 그대로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상대성이 맞지 않으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공은 둥글다'고 하는 것이다. 축구가 어렵고, 축구가 재미 있는 이유다.


멕시코전, 분명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답을 멕시코의 분석 비디오에서만 찾아서는 안된다. 상대를 의식하는 것도, 상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강점을 앞세우는 것이다. 한국이 월드컵에 9회 연속으로 나간 것은 그냥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가장 잘했던 플레이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고도 안되는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멕시코전은 조금 덜 생각했으면, 복잡하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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