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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끝에 악수'라 했던가. 스웨덴과의 1차전이 딱 그랬다.
이제 두번째 경기다. 신태용호는 24일 오전 0시 러시아 로프토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지면 끝이다. 16강은 그대로 물건너 간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다. 멕시코는 1차전에서 '세계 최강'이자 '디펜딩챔피언' 독일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결과만으로도 놀랄 일이지만, 과정은 더욱 좋았다. 수비는 탄탄했고, 역습은 빨랐다. 조직적인 움직임도 좋았고,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멕시코는 스웨덴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다. 빠르고 개인기도 좋은데다, 많이 뛰기까지 한다. 개인기량에서 우리가 넘보기 어렵다. 전술상으로도 워낙 옵션이 많아 분석도 쉽지가 않다. 멕시코는 수비에서는 포백과 스리백, 공격에서는 원톱, 투톱, 스리톱을 넘나든다. 신 감독의 고민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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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말해 신 감독의 포르투갈전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8강전에서 우루과이는 한국과 같은 전술로 포르투갈을 잡았다. 하지만 우루과이에게 4-4-2는 그렇게 낯선 카드가 아니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포르투갈이라는 상대를 의식했지만, 본연의 스타일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우루과이는 빠른 역습과 특유의 끈적한 수비로 승리를 따냈다. 반면 우리는 상대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그동안 좋았던, 잘했던 부분을 놓쳤다.
축구에는 왕도가 없다. 어느 한 방법이 절대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수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발을 맞출 훈련이 필요하고, 이를 테스트 할 평가전이 필요하다. 과정 없이 절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설령 그대로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상대성이 맞지 않으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공은 둥글다'고 하는 것이다. 축구가 어렵고, 축구가 재미 있는 이유다.
멕시코전, 분명 어딘가에 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답을 멕시코의 분석 비디오에서만 찾아서는 안된다. 상대를 의식하는 것도, 상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강점을 앞세우는 것이다. 한국이 월드컵에 9회 연속으로 나간 것은 그냥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가장 잘했던 플레이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고도 안되는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멕시코전은 조금 덜 생각했으면, 복잡하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