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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는 늪축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란의 수비추구는 대단했다. 3-4-3으로 1차전을 치렀던 이란은 2차전 4-2-3-1 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6백이었다. 수비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숫자를 늘려 페널티박스 안을 단단히 하거나, 아니면 전진해서 막는 방법이 있다. 이란은 전자에 가까웠다. 박스 안에 기본적으로 항상 4명 이상이 포진했다. 컷백에 능한 스페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한가지가 더 있었다. 크로스까지 적극적으로 막았다. 대개 박스 안을 단단히 하는 팀은 측면은 내주는 경향이 많은데 이란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까지 내려오면서 좌우 크로스까지 막아냈다.
스페인은 정교한 패스로 맞섰지만, 틈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측면을 뚫어서 슈팅까지 날려도 가운데에는 워낙 이란 수비의 숫자가 많았다. 적절한 신경전까지 가미했다. 침대축구를 펼쳤고, 상대와 몸싸움을 할때면 연기까지 펼쳤다. 이란의 전략은 후반 9분까지 완벽히 통했다. 하지만 불은에 울었다. 코스타의 침투를 잘 막았지만, 걷어낸 볼은 코스타의 무릎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이후 경기가 요동쳤다. 이란이 동점골을 위해 전진했다. 그 역습이 대단히 날카로웠다. 14분 타레미의 헤딩슛이 빗나간데 이어 17분에는 스페인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킥 혼전 중 에자톨라히가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았지만, VAR 판독결과 오프사이드로 무효처리가 됐다. 이후 양 팀은 난타전을 펼쳤다. 이란은 36분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후 타레미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살짝 떴다.
결과는 이란의 패배였다. 하지만 이란의 공격은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케하기에 충분했다. 늪축구만큼 무서웠던 역습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