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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사우디의 대패는 신태용호에게 좋은 오답노트다.
흥분하면 진다
사우디는 냉정하지 못했다. 흥분했다. 시작하자마자 빠른 플레이를 선보였다. 지나쳤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제풀에 지쳐나갔다. 러시아는 이를 역이용했다. 사우디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사메도프, 자고예프, 골로빈 등 2선 자원들을 총동원했다. 위협적인 전진패스를 넣으며 사우디를 흔들었다. 사우디의 3선은 뒤로 내려갈 수 밖에 없었다. 전체적으로 최후방과 최전방의 간격이 벌어졌다.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반부터 냉정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1차전 폴란드전에서 한국은 초반 흥분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이 상황을 타개한 이는 홍명보였다. 전반 중반 묵직한 중거리슛 한 방으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냉정하면서도 조금의 열정.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필요한 정신적 준비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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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우디의 볼점유율은 60%였다. 패스도 509개를 했다. 러시아의 306개보다도 많았다. 그럼에도 대패했다. 이유는 부질없는 볼점유율이었다. 사우디는 횡패스와 백패스를 남발했다. 중원으로 패스를 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은 압박을 통한 중간 차단 그리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우디는 이 흐름에 전혀 올라타지 못했다. 옛날식 축구를 고집하다보니 대패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 역시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스웨덴전에서 승부의 향방은 날카로움이다. 스웨덴은 체격 조건이 한국보다 뛰어나다. 그들을 흔들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한 번의 패스, 그리고 마무리가 중요하다. 볼을 받기 위해서는 최전방에서부터 많이 뛰어야 한다. 그래야 2선에서 볼을 줄 곳들이 많다. 그를 통해 차근차근 찬스를 만들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