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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 알프스 자락 레오강. 현재 한국에서 공을 가장 잘 찬다는 태극전사 23명이 러시아월드컵 16강에 도전하기 위해 한데 모여 있다. 신태용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40여명의 기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신 감독은 '정보전'이라는 이유로 준비중인 전술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다. 선수들도 감독과 입을 맞춘 듯 전술 관련 질문에는 하나 같이 "감독님이 준비 중이다. 우리는 잘 따르면 된다"고 앵무새 처럼 얘기한다.
지난 4일, 16시간 걸려 레오강에 도착한 다음날 첫 훈련. 족구 등 놀이 위주의 훈련 이후 마지막에 선수들끼리 그라운드 중간에서 미팅을 했다. 약 15분에 달하는 제법 긴 시간을 선수들끼리 대화를 나눴다. 팀내 고참인 주장 기성용(29)과 구자철(29) 등이 대화를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팀 막내 이승우(20) 황희찬(22) 등이 말을 섞을 분위기는 아닌 듯 보였다. 기성용은 나중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기성용과 손흥민은 레오강 이동 전 국내 마지막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서 1대3으로 완패한 후 쓴소리를 했다. 자신들의 부족한 걸 자책하는 동시에 동료 선수들을 바짝 긴장시키는 질책을 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4년전 브라질 때보다 더 창피를 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질책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더 강하게 했어도 괜찮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지도자는 "두 선수가 말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완패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자칫 위화감을 조성해 '원(one)' 팀이 되는데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차이를 좁히고 해소할 수 있는 건 대화다. 수비의 핵 장현수는 "선수들끼리 미팅을 통해 자주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수비 불안의 경우도 얘기를 하면서 서로를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이 처음인 미드필더 이재성도 "월드컵 유경험자들을 찾아가 얘기를 듣고 있다"고 했다. 막내 이승우는 "형들의 질책은 당연하다. 얘기를 잘 듣고 있다"고 했다. 황희찬은 "형들의 질책 이후 식사 분위기부터 진지해졌다"고 말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고참과 어린 선수들의 딱딱한 분위기를 깨트리기 위해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했다. 말은 행동 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다. 말은 서로의 처지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대화를 잘 한다면 신태용호는 짧은 시간에 하나의 팀으로 더 똘똘 뭉칠 수 있을 것이다.
레오강(오스트리아)=스포츠2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