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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제외' 4-4-2 측면에 설 이재성 짝꿍이 없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6-03 15:08 | 최종수정 2018-06-03 18:28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축구대표팀과 온두라스의 평가전이 28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청용이 쓰러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5.28/

신태용 감독의 최종 선택은 김진수(전북) 권경원(톈진 취안젠), 그리고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었다.

신 감독은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1대3 패)을 마친 후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23인의 최종 엔트리를 추렸다.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김진수와 6명이 펼친 치열한 센터백 경쟁에서 밀린 권경원이 제외됐다. 월드컵 직전 기회를 잡았던 이청용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청용은 신 감독의 회심 카드였다. '소속팀에서 거의 경기를 뛰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 속에서도 신뢰를 보냈다. 두 번의 월드컵을 치른 경험과 기술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끝내 우리가 아는 이청용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첫 번째 평가전이었던 온두라스전(2대0 승)에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확실히 빈공간을 찾아가고, 경기를 읽는 특유의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엉덩이 타박상까지 입으며 훈련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 측면에서 뛸 수 있는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문선민(인천)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경쟁에서 밀렸다.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아쉬운 마음이 남기도 한다. 4-4-2에서 쓸 수 있는 옵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스리백 쪽으로 관심이 쏠리지만 현재 대표팀이 공격, 수비 모두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전형은 역시 4-4-2다. 4-4-2를 썼던 지난 온두라스전에서도 결과와 내용을 모두 잡았다. 신태용식 4-4-2의 핵심은 측면 미드필더다. 공격시에는 좁혀서 볼을 공급하고, 필요하면 골을 위해 침투도 해야한다. 수비시에는 넓게 벌려서서 압박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이재성(전북)-권창훈(디종), 중앙 지향적인 두 공격형 미드필더가 측면에서 이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핵심' 권창훈이 부상으로 쓰러지며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신 감독은 4-4-2를 가동한 온두라스전에서 이승우와 이청용을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하며 테스트에 나섰다. 물론 이승우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술은 성인 무대에서도 통했다. 이승우는 그만의 센스로 후반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재성-권창훈의 역할을 맡기에는 전술 소화능력이 떨어졌다. 패스 미스가 많았고, 볼을 전개시키는 방향 역시 한정적이었다. 수비시 포지셔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승우는 역시 미드필더보다 공격수로, 좁은 공간보다는 넓은 공간에서 활용할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이청용은 이재성과 함께, 신태용식 4-4-2의 측면에서 설 수 있는 사실상 유이한 선수였다. 온두라스전에서도 볼을 전개하는 것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침투가 아쉬웠지만, 앞으로 연습에 따라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이청용을 외면했다. 기존의 4-4-2를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카드가 사라졌다. 설령 4-4-2를 쓴다고 해도 기존과는 다른 색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측면으로 옮기거나, 이재성을 오른쪽으로 보내고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김민우(상주)를 위로 올릴 수도 있지만, 보다 직선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이승우 문선민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이 가장 익숙한 4-4-2는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이청용이 빠지며 이재성의 짝꿍이 보이지 않는다. 최종엔트리 선택까지 왔지만, 신 감독의 고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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