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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28인의 예비엔트리가 공개됐다. 중앙 수비수만 6명이 선발되고, 공격적인 윙백이 발탁되며 신태용 감독의 플랜A가 스리백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어떤 선택을 하든, 한가지 확실한 것은 4-4-2가 메인은 아니더라도, 꽤 중요한 옵션이었다는 점이다. 한국축구는 권창훈과 함께 전술적 선택지 중 하나인 4-4-2를 동시에 잃었다.
사실 4-4-2가 시도된 이유는 손흥민(토트넘) 때문이었다. 소속팀에서와 달리 대표팀만 오면 작아지는 손흥민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변화였다. 신 감독은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렸다. 파트너로는 기동력이 좋고, 좌우로 빠져들어가는 움직임이 좋은 이근호(상주)를 기용했다. 손흥민은 공격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 만의 능력을 최대한 선보였다. 움직임, 득점력 모두 대표팀 입성 후 최고의 모습이었다.
손흥민을 살려주기 위해 고안한 전술이었지만 실제 키는 권창훈과 이재성(전북) 두 날개가 쥐고 있었다. 신태용식 4-4-2는 전문 윙어를 두지 않았다. 권창훈과 이재성의 위치는 측면이지만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게 움직였다. 공격시에는 주로 중앙으로 이동해 연계와 침투에 집중했다. 측면 공격은 주로 좌우 윙백과 최전방 공격수의 몫이었다. 권창훈과 이재성은 이들이 측면에서 공격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볼을 공급했다. 여기에 손흥민-이근호가 측면으로 움직이면 가운데로 침투해 공격을 마무리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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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이들의 백업을 찾기 위해 12월 동아시안컵과 1월 터키전지훈련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했다. 특히 이승기(전북) 이창민(제주) 김승대(포항) 등 중앙 성향의 선수들을 집중 테스트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 왼쪽에는 염기훈(수원)이 있었지만, 그마저 부상으로 쓰러졌다.
신 감독이 전술 변화를 고려한 것 역시 4-4-2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 부족으로 인한 불안정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명단에서 '깜짝 발탁'한 이승우(베로나)와 문선민(인천)은 측면 자원이지만, 권창훈과는 전혀 다른 유형이다. 이들은 신태용식 4-4-2의 측면에 서기에는 수비 가담이나 크로스 능력, 연계력이 떨어진다. 둘은 미드필더 보다는 공격수 성향이 더 짙은 선수들이다. 스리톱으로의 전환도 염두에 둔 포석이다.
그나마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권창훈을 대신할 만한 자원이지만, 그는 과거의 역동성을 잃었다. 프랑스 리그1에서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권창훈의 결정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추가발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지동원(다름슈타트)은 권창훈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아예 스타일이 다르다. 권창훈의 부상과 함께 신 감독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가뜩이나 김민재 김진수(이상 전북)의 부상으로 포백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신 감독이었다. 그나마 위안거리였던 공격진마저 핵심 역할을 하던 권창훈이 부상으로 제외됐다. 4-4-2 카드가 사실상 사라지며, 가장 믿을만한 무기도 사라지고 말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