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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꿈'에서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이창민의 생애 첫 월드컵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4-26 05:00



"꿈이었는데, 이제 목표가 됐네요. 그 사실만으로도 일단 감사하고, 행복해요."

재미로 볼을 차다 재능을 보인 소년은 창단한지 얼마되지 않은 사동초에 들어갔다. 엄마의 권유 때문이었다. 아들이 좋아하던 축구를 마음껏 하게 해줬다. 단내 나는 훈련이 이어졌지만, 선수가 된 뒤 축구가 더 좋아졌다. 지금도 부상으로 조금만 쉬어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축구와 함께하는 삶이 시작된 초등학교 5학년, '소년' 이창민(제주)은 그때부터 자연스레 '월드컵'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창민이 생애 첫 월드컵의 기로에 섰다. 리그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하나로 거듭난 이창민은 조금씩 대표팀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달 28일 폴란드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는 멋진 중거리포로 데뷔골까지 넣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울산) 등의 승선이 유력한 가운데 이창민은 남은 한두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펼치고 있다. 정작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창민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그는 "월드컵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사실 이 상황이 믿기지도 않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항상 '월드컵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꿈이 아닌 목표가 된 사실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웃었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이창민의 플레이는 파워가 넘치고, 스케일도 크다. 빨래줄 같은 중거리포는 정평이 나 있다. 이창민은 "신태용 감독님도 슈팅을 자주 주문하신다. 연습할때 '언제 보여줄꺼야'라고 하실 정도"라고 웃었다. 슈팅도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강력한 슈팅 뿐만 아니라 무회전 프리킥까지 장착했다. 이창민은 "재미삼아 연습하다가 제법 진지하게 준비를 했다. 계속 반복해서 차다보니 나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기술까지 갖고 있다. 지난 11일 전남전에서 환상적인 백힐 드리블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창민이 이정도야?'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이창민은 "몸에서 반응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제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한 동작이었는데 잘됐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창민은 프로 데뷔 후 꽤 많은 변화를 줬다. 왜소했던 몸을 키웠고, 아기자기했던 플레이도 바꿨다. 이창민은 "프로에 온 후 파워와 템포에서 확실히 차이를 느꼈다. 그래서 웨이트를 더 하게 됐다. 볼을 찰 때도 너무 예쁘게 차면 안되겠다 싶었다. 더 빠르게 뛰고, 더 세게 부딪혔다"고 했다. 경기 영상을 보면서 분석도 많이 했다. 변화에도 긍정적 마음을 잃지 않았다. 측면, 중앙, 수비형,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면서도 그 자리에 맞게 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이창민은 감독들의 가장 사랑하는 선수 중 한명이 됐다.

월드컵이 다가오자 주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중 월드컵을 경험한 '선배' 조용형(제주)의 말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창민은 "용형이 형이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기회니까 꼭 잡으라고, 벤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이라고 얘기해준다. 다치지 말고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반드시 월드컵에 나가라고 해주셨다"고 했다. 이창민도 가끔씩 월드컵 무대에 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특히 스타선수들이 즐비한 독일과의 맞대결이 기대된다. 이창민은 "유명선수들과 직접 부딪혀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설레기도 한다"고 웃었다.

누구보다 기대가 큰 월드컵. 하지만 설령 기회를 얻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여전히 "축구가 재밌다"고 했다. 하나씩 하나씩 발전하면 다시 좋은 기회가 올 거이란 사실도 믿고 있다.

물론 눈 앞의 찬스를 놓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기회가 오면 맹수가 사냥감을 향하듯 거칠게 달려들 작정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이번에는 국가를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그게 가장 이창민스러운 방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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