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Live]'北기적골'장슬기의 필리핀전 사이다골! 월드컵 꽃길 열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17 03:58


사진출처=AFC

윤덕여호의 '공격하는 수비수' 장슬기(24·인천현대제철)가 대한민국 여자축구 사상 첫 2회 연속 월드컵 '꽃길'을 활짝 열었다.

장슬기는 17일 오전 2시(한국시각) 요르단 암만인터내셔널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5-6위전 필리핀전에서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34분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열어젖혔다. 열릴 듯 열리지 않던 월드컵으로의 문이 드디어 열리는 순간이었다.

장슬기는 지난해 4월 7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남북전 후반 31분 짜릿한 동점골로 1대1 무승부를 이끌며 조1위 요르단행을 이끈 '바로 그' 선수다. 북한전에서 기어이 승점을 따내며 한국은 3승1무, 골 득실로 북한을 누르고 '월드컵 티켓'이 걸린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요르단아시안컵에서 '경우의 수' 불운으로 필리핀과의 5-6위전, 최종전까지 월드컵의 운명을 미룬 윤덕여호에서 장슬기가 또다시 해결사로 나섰다.

1994년생 장슬기는 한국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다. 여민지, 이금민, 이소담과 함께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우승, 2014년 FIFA 20세 이하(U-19) 월드컵 8강을 이끌었다. 2013년 AFC U-19 챔피언십 득점왕(8골) 출신이다. 힘든 시간도 있었다. 실업 첫해인 2015년 낯선 일본 고베아이낙에서 동료들의 캐나다월드컵을 TV로 지켜봤다. 생애 첫 프랑스월드컵 출전이 누구보다 간절했다.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풀백으로 나선 장슬기의 왼쪽 측면은 빠르고 단단했다. 사이드에서 호주와 일본을 상대로 한치도 밀리지 않았다. 투혼의 장슬기는 명실상부 멀티플레이어다. 중앙, 측면, 공격, 수비를 모두 소화한다. 전천후 선수다. 공격본능을 갖춘 풀백이자, 수비도 잘하는 측면 공격수다. 좌우 사이드백, 좌우 윙어, 최전방까지 모두 소화해낸다. 소속팀 현대제철에서는 공격수, 대표팀에서는 수비수다. 윤 감독은 전력의 핵심인 풀백 고민속에 다재다능한 장슬기를 믿고 썼다. 지난해 키프로스컵 이후 체력과 담력, 기술을 두루 갖춘 장슬기를 수비수로 활용해왔다. 어느 포지션에서 서든 자신의 100%를 쏟아냈다. "슬기는 만능이다. 참 좋은 선수다. 성격도 쿨하다. 웃음소리도 마음에 든다. 천진난만한 소녀같다. 평소에는 순한데 그라운드에서는 악바리다. 수비만 시키는 게 아깝다. 공격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는데, 전문 풀백들의 부상을 정말 잘 메워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수만능' 장슬기가 간절했던 프랑스월드컵의 길을 스스로 열었다. 요르단 입성 후 장슬기의 일성은 "1년전 북한에서 그렇게 해냈는데, 여기서 무너질 순 없죠. 머리 깨질 각오로 뛰어야죠"였다. 마지막 필리핀전, 투혼의 그녀가 결국 해냈다. 장슬기의 통렬한 선제골은 한국 여자축구의 희망이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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