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에 '경남 캡틴' 최영준은 어떨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4-11 09:54



"말컹도 말컹이지만, 지금 경남은 최영준을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어요."

지난 3일 '말컹, 무엇이 특별한가' 기사를 쓰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리자, 이구동성으로 들을 수 있던 말이었다. '승격팀' 경남은 초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풍의 주역이다. 역시 스포트라이트는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말컹에게 모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K리그2 득점왕과 MVP를 휩쓸었던 말컹은 K리그1에 입성하자마자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경남은 말컹의 득점력에만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갓 승격한 팀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된 공수밸런스를 자랑한다. 빌드업 과정이 명확하고, 수비 조직도 탄탄하다. 이 중심에 바로 '캡틴' 최영준(27)이 있다.

최영준은 올 시즌 초반 K리그1에서 가장 돋보이는 중앙 미드필더이다. 최영준을 앞세운 경남은 중원 싸움에서 좀처럼 상대에 밀리지 않는다. 김종부 경남 감독과 경남 선수들은 초반 순항의 주역으로 최영준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지난 시즌 정현철(서울)과 경남의 중원을 지켰던 최영준은 수비가 좋은 하성민이 가세한 후 공격작업에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안정된 키핑력을 바탕으로 좌우로 갈라주는 패스가 일품이다. 김 감독은 빌드업에서 네게바, 김 신 권용현 등이 포진한 사이드로 전환을 강조한다. 최영준은 이 과정을 가장 정확히 수행하는 선수다. 잔실수가 없고, 패스 방향을 선택하는 판단도 빠르다. 수비는 설명이 필요없다. 스스로 "내가 K리그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일 것"이라고 할 정도로, 왕성한 기동력을 자랑한다. 많은 지역을 커버하며 경남 수비의 1차 저지선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경남이 올 시즌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데에는 포백 선수들 뿐만 아니라 최영준의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최영준은 지금 신태용호에 가장 필요한 미드필더 스타일다. 현재 러시아행이 유력한 A대표팀의 미드필더는 다재다능하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축으로 그의 파트너로 유력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박주호(울산) 정우영(빗셀고베) 이창민(제주) 등은 모두 공수를 넘나드는 유형의 미드필더다. 패싱력과 기술을 가진 선수들이지만, 스타일이 엇비슷하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수비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 북아일랜드(1대2 패), 폴란드(2대3 패)와의 유럽 원정 2연전에서 확인한 문제점이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한수위의 팀을 만나 상대의 공세를 확실히 막아낼 수 있는 수비적인 카드가 필요하다. 기성용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서도 수비적인 파트너가 필요하다. 신 감독이 강조하는 기술은 물론 기동력, 수비력, 여기에 헌신까지 갖춘 최영준은 신태용호에 새로운 옵션을 줄 수 있다.

신태용호는 지난 유럽 원정을 끝으로 80%의 골격을 완성했다. 나머지 20%를 찾기 위한 마지막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K리그와 J리그를 오가고 있는 신 감독은 "아직 새로운 선수들에게도 대표팀의 문은 열려있다"고 했다. 최영준은 분명 무명이다. 최영준은 2015~2016년 안산에서 군 복무를 한 것을 제외하면 2011년부터 지금까지 경남에서만 뛰었다. 지난 시즌엔 리그 31경기에 나서 3골-1도움을 올리며 팀의 승격에 이바지했지만, 당시 황인범(아산) 문기한(부천)에게 자리를 내주며 K리그2 베스트 미드필더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명세'에서 밀렸다는 평가다. 지금도 많은 팬들이 주목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실력은 진짜다. 대표팀이 현재 가장 잘하고 있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라면 최영준도 분명 그 자리에 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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