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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K1도 정복' 말컹, 무엇이 특별한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4-03 05:00



"괴물입니다."

한 축구인에게 말컹(경남)에 대해 묻자 지체없이 돌아온 말이었다. 이토록 센세이셔널한 초반을 보낸 외인이 또 있을까 싶다. 지난 시즌 득점왕과 MVP를 차지하며 챌린지(K리그2)를 정복한 말컹은 괴물 같은 활약으로 K리그1을 뒤흔들고 있다. 상주와의 개막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전남, 강원전에서 모두 골네트를 흔들었다. 3경기에서 6골, 압도적인 페이스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말컹의 활약을 앞세운 '승격팀' 경남은 4연승으로 깜짝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괴물' 말컹, 과연 무엇이 다르기에 이토록 특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걸까.


크지만 유연하다

말컹의 가장 큰 장점은 신체조건이다. 당초 경남이 원했던 선수는 말컹이 아니었다. 원했던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며, 새로운 선수를 물색해야 했다. 브라질에 간 구단관계자가 우연히 이뚜아노 구단 앞에 있는 선수단 사진을 봤고, 다른 선수들보다 한 뼘은 더 큰 말컹에 관심을 보이며 경남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농구를 했던 말컹은 1m96의 신장을 자랑한다. 연맹에 나온 몸무게는 87㎏이지만 실제 사이즈는 훨씬 크다.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갖고 있는 말컹은 상대 수비수와의 싸움에서 항상 우위를 점한다. 높이는 설명이 필요없다. 강원전 첫번째 골은 말컹의 장점을 완벽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저 정도 타점을 막을 수 있는 수비수는 전 세계에서도 많지 않다"고 했다. 실제 말컹을 막았던 강원의 발렌티노스도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사이즈를 갖고 있지만 높이 싸움에서 상대가 되질 않았다. 말컹이 등을 지면 수비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여기에 파워와 스피드까지 좋다. 상대 수비수가 몸싸움을 시도해도 밀리지 않는다. 오른발 슈팅 파워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동작이 다소 크기는 하지만, 걸리면 상대 골키퍼도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힘과 속도가 실린다. 큰 키에 비해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어 웬만한 속도 경쟁에서도 상대를 압도한다. 가속이 붙은 말컹은 그야말로 언터쳐블이다.

신체조건만큼이나 눈여겨 볼 점은 유연성이다. 말컹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 연락한 모든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한 대목도 유연성이었다. 몸이 큰 선수는 아무래도 뻣뻣할 수 밖에 없다. 제2 동작을 하는데 약점이 있다. 하지만 말컹은 워낙 유연한 만큼 연결되는 다음 동작이 대단히 부드럽다. 스크린플레이 후 돌아서는 동작이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리프팅으로 상대를 따돌리는 장면은 웬만한 유연성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사이즈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유연하기 까지 하니 막는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기술은 물론 머리까지 좋다


큰 선수는 기술이 약하다는 편견이 있다. 말컹은 다르다. 머리 뿐만 아니라 발까지 좋다. 대표적인 예가 퍼스트 터치다. 신 교수는 "말컹이 볼을 잡으면 반드시 자기 몸 안쪽으로 볼을 받는다. 유연함과도 관련이 있는데, 기술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움직이는 동작에서도 볼을 살리면서 받는다. 17세부터 본격적인 축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스크린플레이를 능숙하게 하는 것도 기술이 좋기 때문이다. 단순히 힘으로만 버티면 다음 동작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 기술적으로 볼을 완벽히 간수한 상태에서 등을 지니 여러 선택지가 나올 수 있다.

기술을 살리는 것은 두뇌다. 전문가들은 말컹의 축구지능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보통 전문가들이 영리하다고 평가하는 기준은 압박 대처법이다. 상대 수비가 압박해올 때 수비가 없는 쪽으로 볼을 칠줄 아는 선수가 영리한데, 말컹이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볼을 흘려서 받을 줄도 안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역이용한다는 이야기다. 스크린플레이에서도 상대가 없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기에 슈팅 기회나 찬스 메이킹이 가능하다.

더 주목할 것은 말컹의 경기 운영능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컹은 김종부 감독을 만난 후 축구를 새롭게 배웠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자기중심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동료를 이용하는 장면이 부쩍 늘어났다. 가운데에 머물기 보다는 측면으로 돌아다니며 공간을 만들고, 전체적으로 공격을 이끌어가는 힘까지 늘었다. 말컹을 상대한 상대팀 코치는 "워낙 영리해서 터프하게, 도전적으로 할 수록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인성까지 좋다.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는데다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가 큰 만큼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할 줄도 안다. 신 교수는 "행동심리학적으로 보면 굉장히 긍정적인 선수다. 상대가 집중견제를 하는데 항상 웃는 낯으로 대처한다. 여기서 신경질적으로 대처하면 자기 플레이를 못한다. 말컹이 위력적인 이유는 감정을 긍정적으로 컨트롤하는 점도 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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