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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5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A구단의 B선수.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 측으로부터 3850만원으로의 '연봉 삭감'을 통보 받았다. 지난해 저조한 활약이 문제였다. B선수는 구단 측에 '계약기간' 임을 강조하면서 기존 연봉인 5500만원을 고수했지만 A구단은 성적을 연봉산출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선수 등록기간 만료가 임박했음에도 줄다리기가 팽팽해지자 양측이 찾은 것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였다. 조정위는 양측의 입장과 더불어 연봉협상기간 동안의 훈련불참, 급여 체불 등 구단-선수 간의 귀책사유를 분석했고, 4500만원의 기본급에 구단 내규에 따른 옵션을 조정안으로 제시했다. 선수는 기존 연봉에 근접한 조건을 얻었고 구단 측도 의도대로 연봉부담액을 줄이면서 윈-윈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프로연맹은 최근 3년 동안 분쟁조정제도를 선수들에게 알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구단과 한통속'이라는 일각의 시선과 달리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권익을 프로연맹이 챙겨야 건전한 리그가 형성된다는 취지였다. 매년 각 구단을 돌면서 분쟁조정제도 및 프로연맹 뿐만 대한축구협회, 아시아축구연맹(AFC), 국제축구연맹(FIFA)의 관련 규정을 설명해왔다.
구단, 선수가 모두 신청할 수 있는 분쟁조정은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의가 있을 경우 상급단체인 축구협회나 AFC, FIFA로 항소가 가능하고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도 의견을 물을 수 있다. 프로연맹 조정위는 지난 2월 등록기간까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3건의 사례를 해결한 바 있다. 지난해 여름 중국에서 K리그로 복귀한 김형일(부천)은 당초 2월 말까지 등록 가능한 자유계약(FA) 제도로 인해 이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중국 진출 전 소속팀이었던 전북 현대와의 협의 끝에 조정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 각팀 주장들로 구성된 선수위원회에서 나온 '보상금이 없는 연령 FA 선수는 여름 이적시장(7월) 등록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프로연맹이 받아들이면서 규정이 바뀐 사례도 있었다.
국내 선수 권익 보호는 '축구선진국'인 유럽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세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허점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프로연맹 관계자는 "리그 규모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6년 2개팀(고양, 충주)이 해체되는 등 K리그 구단들의 상황도 불안하다. 구단의 권익도 지켜져야 할 부분"이라며 "선수 권익 보호라는 대전제를 두고 점진적으로 (발전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