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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였던 현영민(38)이 16년간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 야속했지만 사실 이 때부터 '마지막'은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생갭다 오랜 시간 선수생활을 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내 욕심만 챙기는 건 후배들에게 못할 일"이라고 말하던 그였다. 그래도 매년 1년씩 재계약하면서도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기상시간부터 사소한 것까지 철저하게 스케줄을 관리했고 매일 한 시간 이상 개인운동을 습관화했다.
특유의 성실함은 기록으로 증명됐다. 지난해 9월 K리그 400경기 출전이란 금자탑을 쌓았다. 그리고 올 시즌까지 37경기를 더 뛰며 개인통산 437경기, 9골-55도움을 기록했다. 왼쪽 풀백 최다 공격 포인트는 신홍기(336경기77개) 전 전북 현대 코치에게 뒤졌지만 출전 수는 포지션 플레이어 중 최다다. "내 포지션에서 기록을 남기자"라고 한 다짐을 결국 지켜냈다. 자신의 마음 속에 '성공한 선수 인생'이라고 당당히 아로새길 수 있게 됐다.
준비는 남부럽지 않게 했다. 지도자에 대한 확고한 생각으로 발 빠르게 지도자 B급 자격증을 땄다. 이젠 A급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언젠가 찾아올 K리그 사령탑에 대한 대비도 해놓았다. 외국인 선수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영어 과외와 공부를 하고 있다. 또 고교 시절부터 시작한 여러 지도자들의 성향, 지도방식, 철학 등 모든 것을 꼼꼼히 메모하는 습관도 지녔다. 더불어 최근에는 심판 강습회까지 참여해 심판 시스템과 심리까지 공부했다. 준비된 지도자를 위한 노력이었다.
광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