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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경의 J사커]미토가 보여준 '아이디어의 힘', K리그도 배워보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1-31 18:27



'혁신'은 K리그 위기론이 대두될 때마다 거론되는 단어다.

빈익빈 부익부, TV중계권, 리그 운영 시스템 등 K리그의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다양한 주장들이 쏟아졌다. 대부분 '낡은 틀을 깨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진일보해야 한다'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공허한 울림만 있을 뿐 물줄기를 바꿔놓는 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작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에는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작지만 의미있는 한걸음, 일본 J리그의 '만년 2부팀' 미토 홀리호크가 최근 실현시킨 '깜짝 아이디어'는 주목할 만하다. 미토는 지난 28일 새 클럽하우스를 공개했다. 지역 내 폐교를 개조해 클럽하우스로 탈바꿈시켰다. 흙바닥 운동장에 잔디를 깔았고 을씨년했던 학교 건물을 새롭게 단장했다. 교장실을 감독실로 바꾸는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녹였다. 지역민들과 상생하기 위해 클럽하우스 부지 안에 공민관(주민문화센터), 동사무소 지소 등도 함께 갖췄다. 철저한 지역 밀착, 상생 구도다.


1994년 창단한 미토는 실업리그를 거쳐 2000년부터 J2(2부리그)에 참가했다. 지난해까지 18차례 시즌에서 단 한 번도 1부에 승격하지 못한 약체다. 시민구단이나보니 주머니 사정은 넉넉치 않았다. 부진한 성적 탓에 스폰서십 강화 등의 기회도 잡기 어려웠다. 하천변에 위치한 연습구장은 비가 많이 내릴 때마다 침수피해를 입기 일쑤였다. 숙소 역시 제 구실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팀 전술 뿐만 아니라 개인 훈련을 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다보니 성적 반등은 요원했고,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지역 내 폐교를 탈바꿈 시킨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클럽하우스 신축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크게 줄였다. 처음 폐교 활용을 제안한 지자체 측 역시 관련법에 따라 총공사비의 25% 수준의 비용만을 부담하는데 그쳤다. 학생들이 떠나며 지역내 골칫거리로 전락한 폐교를 단장해 랜드마크로 바꿔 놓은 것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체육시설 무료 지원 기능까지 이뤄지면서 사회공헌 뿐만 아니라 관심도까지 끌어 올릴 수 있게 됐다. 누마타 구니오 미토 사장이 클럽하우스 개소식에서 "비록 폐교가 됐으나 졸업생들의 정신을 우리가 계승하고 싶다"고 의미를 부여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토 구단은 28일 클럽하우스 준공식을 겸해 특산물 판매대를 설치하는 등 지역 홍보에 앞장섰다.



다시 K리그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10년 간을 돌아보면 K리그 구단들의 마케팅 성과는 적지 않았다. 전북 현대가 발로 뛰며 지역상인들과 연결고리를 만든 '후원의 집' 활동이나 FC서울의 스카이 펍(Sky Pub)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다수의 구단들에게서 치열한 고민이 사라졌고 결국 팬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엇나간 팬심이 구단을 곤혹스런 처지로 몰아넣는 일도 무감각해질 정도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위기가 거듭된다면 겸허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돌파하는건 어떨까. 공급자인 구단은 귀를 열고 소비자인 팬은 현실에 눈높이를 맞춘 상생방안을 찾는다면 해답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구단-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되어 호평을 받았던 성남FC의 블랙 유니폼이 대표적인 예다.

위기의 탈출구는 어쩌면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K리그를 살릴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에 대해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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