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J1(1부리그)는 가와사키의 사상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도쿄, 요코하마라는 두 대도시에 밀려 '찬밥신세'였던 가와사키는 J리그 내에서도 '비인기구단'으로 분류되던 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최종전인 34라운드에서 가시마에게 대역전극을 거두며 비원의 우승을 차지했다. 골득실에서 희비가 갈린 두 팀의 운명 중심에는 '가와사키 수호신'으로 거듭난 정성룡(32)의 활약이 있었다.
J리그 2년차 정성룡이 올 시즌 쓴 성적표는 '부활'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33경기에 나서 29골, 경기당 평균 0.88골의 '0점대 방어율'을 자랑했다. 공격력은 뛰어나지만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온 정성룡이 가세하면서 가와사키는 '완전체'가 됐다. 평소 조용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선 누구보다 투지를 불태우는 특유의 집중력과 성실함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외국인 선수' 신분이지만 팬들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10일 가와사키 시내에서 펼쳐진 우승 축하 퍼레이드에선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정성룡"을 외치는 가와사키 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날 행사 뒤 도쿄 롯폰기에서 만난 정성룡은 "감독님이나 동료들이 신뢰를 보내주기에 좀 더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 같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인데 우승을 해서 기쁘다"고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포항(2007년·K리그), 성남(2009년·ACL) 시절 이후 오랜만에 우승을 해서 그런지 '이게 우승한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실감이 안나는게 사실"이라며 "모두가 열심히 한 시즌을 뛰어 얻은 결과라는 점에 의미를 둘 만하다. ACL에 다시 나설 생각을 하니 설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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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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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광주초-서귀포중-서귀포고를 거쳐 2003년 포항에 입단한 정성룡은 프로 15년차 베테랑이다. 2007년 동아시아 4개국 아시안컵에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선 주전으로 활약하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행,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굵직한 역사를 썼다. 수원 삼성에서 2015년 K리그 클래식 일정을 마친 정성룡은 지난해 가와사키로 이적해 해외 진출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입단 첫해부터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정성룡은 올 시즌 J1 선방률에서 75.6%로 1위를 차지하며 결국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정성룡은 "처음 가와사키에 왔을땐 모든게 낮설었지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 뿐었다. 주변에서 좋게 봐주시다보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한국인 골키퍼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 스스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그는 "포항, 성남, 수원을 거치면서 쌓은 경험 모두 가와사키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적지 않은 나이다보니 매 시즌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자 다짐 중"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시즌을 마친 정성룡과 달리 대표팀 동료들은 일본에서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2017년 동아시안컵에 출전한 신태용호는 중국과의 첫 경기서 2대2로 비겼다. 대회 2연패를 목표로 잡았지만 중국전 무승부로 부담감이 커진 상황. 정성룡은 "어제 TV로 경기를 봤다. 선수들 모두 열심히 뛰었는데 순간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운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아직 2경기가 더 남아 있고 중국전을 계기로 선수들의 집중력도 더 올라설 것"이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J리그 최고의 골키퍼로 거듭난 정성룡, 3회 연속 본선 진출의 역사에 도전할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정성룡은 미소만 지을 뿐이다. "현재 대표팀 내에도 쟁쟁한 골키퍼들이 버티고 있다.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우선이다. 스스로 대표팀에 갈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한 뒤 부름을 받는게 순서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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