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의 16강 플랜, 스웨덴과의 1차전에 달려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12-03 18:09


ⓒAFPBBNews = News1

어느 조가 되도 쉽지 않을 것이라 했지만, 생갭다 더 힘든 조에 속했다.

한국은 2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추첨식에서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함께 F조에 속했다. 한국은 6월18일 오후 9시 니즈니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스웨덴과 1차전, 24일 자정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 2차전, 27일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3차전을 치른다.

신태용 감독은 "최악도, 최상도 아니다"고 했지만, 분명 한국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조를 만났다. 신 감독이 과거 만만치 않은 팀들과 함께 했던 2016년 리우올림픽(독일, 멕시코, 피지), 2017년 U-20 월드컵(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기니)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성공했지만, 월드컵은 완전히 다른 무대다. 독일은 의심할 여지 없는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멕시코는 월드컵에서 언제나 무시할 수 없는 상대고, 스웨덴은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제압하고 올라왔다. 어디를 둘러봐도 만만치 않은 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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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1승 상대도 없는데다, 자칫 멕시코와 스웨덴이 벌일 2위 싸움의 제물이 될 수도 있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무조건 한국을 상대로 승점 3점, 다득점을 노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전략을 짜기는 더 편해졌다. 신태용호가 러시아에서 16강 깃발을 꼽기 위해서는 무조건 스웨덴과의 1차전을 잡아야 한다.

조별리그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한국이 16강에 오른 2006년 한-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모두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2002년에는 폴란드를, 2010년에는 그리스를 모두 2대0으로 제압했다. 승점을 확보하고 출발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경우, 남은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하늘과 땅 차이다.


러시아월드컵 경기장 배치도 화면캡처=FIFA 홈페이지
게다가 이번 대회는 이동 전쟁까지 겹쳐있다. 신태용호는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로스토프로, 로스토프에서 카잔으로 이동해야 한다. 거리가 제법 된다. 니즈니고브고로드에서 로스토프까지는 1312km, 로스토프에서 카잔까지의 거리는 1482km다. 구글 기준 최단 거리가 이렇다. 실제 체감 거리는 더욱 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남단인 소치, 최북단인 생페테스부르크, 가장 서쪽의 칼리닌그라드와 가장 동쪽의 예카테린부르크를 피한 것은 다행이다. 이 경기장에 배정됐을 경우 시차까지 겪어야 했다. 하지만 경로간 거리가 있다는 점은 역시 부담스럽다.

불리한 조건은 흐름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한국은 2차전에서 독일을 만나고 온 멕시코와, 3차전에서 '최강' 독일과 만난다. 독일은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보듯 2진도 강력하다. 한국이 노릴 수 있는 구멍이 사실상 없다. 독일 입장에서도 조 1위를 확정해야 브라질을 16강에서 피할 수 있다. 한국전을 대충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은 독일을 이기기 어렵다는 전제 하에 독일전 이전에 최대한 승점을 쌓아야 한다. 멕시코의 경우, 1차전에서 독일에 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전에 무조건 승리를 노릴 것이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분위기를 만들어 놓아야 멕시코전까지 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이 모든 전제 조건은 스웨덴과의 1차전 필승이다. 스웨덴은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체조건이 좋은 스웨덴은 압도적인 높이를 앞세운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을 주 전략으로 한다. 우리가 부담스러워 하는 스타일이다. 실제 한국은 스웨덴과 4번의 맞대결(2무2패)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맨유에서 뛰는 빅토르 린델로프가 포진한 포백은 이탈리아를 두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묶을 정도로 안정감이 있고, 빅클럽의 관심을 받는 에밀 포르스베리(라이프치히)가 포진한 마드필드도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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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톱 올라 토이보넨(툴루즈)와 마르쿠스 베리(알 아인)이 높이에 비해 스피드가 떨어지고, 중앙에서 창의성도 부족하다는 편이다. 대표팀서 은퇴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유)의 복귀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공격의 날카로움은 떨어지는 편이다. 여기에 이번 월드컵이 12년만이다. 선수 대부분이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력 보다 긴장감, 몰입도를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더 중요한 1차전인 만큼 준비만 잘한다면 충분히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다.

2차전 상대 멕시코도 과거처럼 강력하지는 않다. 이번 북중미 예선에서도 고전했고, 최근 국제 무대에서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의 노쇠화가 진행되며 우리가 덜덜 떨만한 '에이스'도 없다. 무엇보다 승리한 경험이 많아, '해볼만 하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가질 수 있다. 스웨덴과의 1차전만 잡는다면 만들어갈 수 있는 시나리오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해법도 명확하다. 이제 남은 것은 이 해답을 찾기 위한 철저한 준비 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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