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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첫 FA컵 우승, 4년전 '안방눈물' 악몽 없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12-03 16:15


3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2017 K리그 FA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렸다. 울산이 부산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1차전 승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 후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울산 선수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2.03

부산과의 FA컵 2차전을 앞두고 울산 현대는 미소를 지웠다.

4년 전의 악몽을 떠올렸다. '축제의 장'이 '눈물바다'가 된 아픔이 있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 최종 라운드. 안방에서 가진 포항과의 경기서 비겨도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거짓말 같은 후반 추가시간 실점으로 허망한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FA컵 1차전 2대1 승리로 2차전에서 0대1로 패해도 원정골 규정(종합전적 및 점수가 같을시 원정 득점 우선)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기회. 울산 구단 관계자들의 표정은 초조했다. "경기가 다 끝나봐야 알지 않겠나. 사실 불안해서 경기도 제대로 보지 못하겠다."

또 한 번의 악몽은 없었다. 2017년 한국 축구 마지막 페이지의 주인공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3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부산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부산에 2대1로 이겼던 울산은 종합전적 1승1무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3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2017 K리그 FA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렸다. 1차전은 울산이 부산에 2대 1로 승리했다. 울산 김용대 골키퍼가 공중볼을 처리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2.03
무조건 두 골차로 이겨야 역전을 바라볼 수 있었던 울산의 공세는 매서웠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 울산은 맞불보다 버티기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 중반 전열을 재정비한 뒤 역습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갔지만, 키는 부산이 쥐고 있었다. 1차전에서 소극적인 작전을 쓰다가 먼저 두 골을 얻어 맞았던 부산이 아니었다.


3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2017 K리그 FA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렸다. 1차전은 울산이 부산에 2대 1로 승리했다. 울산 이종호가 돌파 도중 넘어지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2.03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전반 종료 박준태가 울산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바깥 왼쪽에서 낮게 올린 왼발 크로스를 호물로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가랑이 사이로 흘렸고, 울산 수비수가 미처 걷어내지 못한 볼이 쇄도하던 이재권의 오른발에 걸렸지만 슛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튀어 나갔다. 후반 중반에도 코너킥 상황에서 볼 방향이 바뀌면서 '행운의 득점'이 연결되는 듯 했으나 울산 골키퍼 김용대가 역동작을 극복하고 선방해내는 등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울산은 차분했다. 꾸준히 이어지는 부산의 공세를 두터운 수비로 막아낸 뒤 지체없이 역습으로 전환하며 틈을 보이지 않았다. 0대0 무승부를 알리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제서야 환한 웃음을 지으며 포효했다. 초조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우승이 확정된 후에야 승리찬가인 '잘가세요'를 부르며 환호했다.


3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2017 K리그 FA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렸다. 울산이 부산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1차전 승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 후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울산 선수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2.03
1996년 FA컵 시행 이래 준우승(1998년)이 최고 성적이었던 울산은 21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또한 FA컵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직행 티켓을 따내면서 2년 연속 ACL행에 성공했다. 결승 1, 2차전에서 선방쇼로 팀 우승에 공헌한 김용대는 대회 MVP(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하부리그 팀 최초이자 2004년 이후 13년 만에 FA컵 제패를 노렸던 부산은 1차전 패배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결국 눈물을 뿌렸다. 지난 10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故 조진호 감독의 영전에 우승 트로피를 바치겠다는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김 감독은 "많은 팬들이 바라던 우승이다. 팬들께 감사하고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 우승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나는 실패한 지도자였다. 과감하게 나를 선택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시즌 중 내가 그릇된 판단을 할 때도 잘 따라준 코칭스태프, 선수단,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감회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FA컵 우승으로 ACL 티켓을 얻었다. 참가에만 의미를 둔다면 또다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조별리그 통과가 아닌 우승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 한 차례 경험을 해봤다. 한국 대표로 ACL에 나서는 것이다. 마음가짐 뿐만 아니라 경기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승엽 부산 감독대행은 "전반 막판 골대 불운이 아쉽다"며 "승격과 FA컵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쳤지만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심적,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이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싸워준 부분에 고맙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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