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다."
윤보상(24·광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울먹임이다. 윤보상의 기억은 아직도 4일에 멈춰있다. 이날 광주는 대구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에서 0대2로 고배를 마셨다. 남은 최종 38라운드 결과와 관계없이 광주의 챌린지(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도저히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마음이 아파서 식사도 목에 넘어가지 않는다."
강등은 재앙이다. 윤보상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는 평소 강한 정신력으로 소문난 선수다. 그런데도 목소리의 떨림은 그칠 줄 모른다. "미안하다. 나도 조절하려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3일여가 지나도 생생한 그 날의 기억. 하지만 그 보다 더 윤보상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게 있었다. 죄책감이다. 골키퍼로서 실점을 막지 못했다는 마음이다. "동료들이 정말 죽기살기로 앞에서 뛰었는데 나 때문에…."
꽉 틀어막고 있던 윤보상의 눈물샘을 터뜨린 건 팬들의 변함없는 사랑이었다. "경기 끝나고 계속 눈물을 참아보려 했다. 핸드폰, SNS 메시지가 오는 것도 보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모두 '괜찮다'는 응원의 말씀이더라."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윤보상은 펑펑 울었다. "내가 한 없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동료와 감독님 그리고 팬 분들께 죄송해서 고개도 들 수 없었다. 그런데 팬들께서 어루만져 주시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윤보상은 "대구전 이후 뿐만 아니라 팬들이 올해 보내주셨던 메시지들을 모두 모아서 다시 봤다. 보고 또 봤다"며 "이런 팬들께 실망을 드렸다는 사실에 너무 죄송했다"고 말했다.
광주의 2017년 클래식 도전기는 끝났다. 하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눈물 닦은 손에 다시 골키퍼 장갑을 끼려한다. 윤보상은 "죄송하다고 해서 끝날 게 아니다. 다시 웃음을 찾아드려야 하는 게 선수로서의 도리"라며 "강등은 됐지만 광주의 축구가 끝난 게 아닌 만큼 다시 힘내서 내일을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제야 윤보상답다. 다시 활짝 웃어보인다. "비록 큰 아픔을 겪었지만, 이 경험을 계기로 더 강해지겠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변함없이 뒤에서 응원해주신 팬들께도 꼭 웃음을 되찾아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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