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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가 중대한 유럽원정 평가전을 눈 앞에 뒀다.
평가전이지만 전례없이 비상한 관심을 끄는 무대가 됐다. '비상한 관심'의 촉매제는 최근 한국 축구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히딩크 논란'이다.
이 때문에 평가전 자체보다 평가전 이후를 더 걱정스럽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들도 평가전 결과에 따라 '히딩크 논란'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한 축구인은 "평가전에 돌입하기에 앞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축구의 평가전과 '히딩크'를 연관짓는 시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감독은 이번에 그동안 희생해 준 K리그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K리거를 전혀 뽑지 않았다. 소집 선수 전원을 해외파로 채우면서 객관적으로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당장 전방 공격라인부터 종전 대표팀보다 함량미달이라는 평가이고 측면 수비 등 풀백 자원 부족으로 변칙 포메이션까지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신태용호의 전력은 1.5군 정도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면 러시아와 모로코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51위)보다 아래지만 웬만한 아시아 강국에 우위를 점하는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이런 팀을 상대로 어쩔수 없이 사실상 1.5군 전력으로 평가전을 치렀는데 그 결과를 놓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 감독은 출국에 앞서 "과정과 결과 모두 중요하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태극전사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여기서 평가전을 지켜보는 이들은 결과보다 과정, 얼마만큼 까무러칠 정도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는지에 방점을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결과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전개된 '히딩크 논란'의 댓글 민심을 보면 신태용호가 만족스런 결과물을 가져왔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결과가 기대 이하라면 '옳거니, 잘 걸렸다'가 득세할 우려가 크다.
이는 러시아월드컵 본선 준비를 위해 이제 첫발을 시작한 태극전사와 신 감독에게 결코 도움이 안된다. 이번 평가전과 히딩크 감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유럽 평가전은 '히딩크 논란'이 일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추진됐다. 신 감독이 부임하면서 승패를 떠나 유럽의 강팀과 평가전을 치르면서 혹독하게 성장하겠다고 자청하면서 마련된 준비 과정이다.
1차로 목표했던 대로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본선 준비 체제의 첫 단계로 유럽 원정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히딩크 논란'이 불쑥 끼어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 이른바 '팩트'다. 대한축구협회는 온갖 댓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신 감독을 흔들지 않고, 히딩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갈길'을 정한 상태다.
협회는 이런 원칙을 지키면 되고, '감독' 신태용은 자신이 그린 스케줄대로 차근차근 시작하면 된다. 월드컵 본선행 준비 과정을 순탄하게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당면한 전제 조건이 이번 유럽 평가전을 히딩크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최상의 전력으로 치르는 평가전이 아니고, 신태용호 출범 이후 처음 갖는 평가 무대인데 그 결과만 놓고 또다른 논쟁을 키우는 것은 명분도 설득력도 부족하다.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히딩크 논란'으로 인해 가슴졸이며 평가전 원정에 나선 태극전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응원과 격려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할 때 '오대영' 히딩크를 보듬어줬던 그 때처럼말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