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4개월만의 복귀' 박진포 "남은 경기라도 잘해야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9-20 22:27



"이제 몇경기 안남았더라고요. 남은 경기라도 잘해야죠."

박진포(제주)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시 돌아온 그라운드의 소중함, 지금까지 자신의 공백을 메워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한 표시였다.

박진포가 돌아왔다. 박진포는 17일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2대1 제주 승)에 선발출전해, 풀타임으로 뛰었다. 5월3일 전북전 이후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전북전은 그의 K리그 통산 200번째 경기였다. 4개월 보름만의 복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박진포는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뛰는 경기라 걱정이 많았다. 그간 동료들이 잘해줬다. '내가 들어가서 지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이 생기더라. 이겨서 다행이었다"고 했다.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는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박진포는 "운동장 위에서 한동안 보다가 함께 땀흘리고 라커룸에 가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승리까지 해서 기분이 두배로 좋았다"고 했다.

힘든 재활 기간이었다. 박진포는 왼 뒤꿈치 족저근막을 다쳤다. 쉽게 낫지 않는 부위다. 3개월 정도 그냥 쉬어야 했다.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오래동안 볼을 차지 못한 기간이었다. 박진포는 "러닝도 못하고 그냥 쉬기만 했다. 운동장 가면 같이 뛰고 싶은데 봐야만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스쳐지나갔다. 박진포는 "경기를 너무 많이 쉬어서 과연 몸이 올라올까 그런 걱정이 되더라. 감각도 잃어버리고, 한창 뛰던 선수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설상가상으로 제주는 우라와 레즈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대역전패 이후 징계와 부진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올 시즌 많은 기대속에 제주 유니폼을 입은 박진포 입장에서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그는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치를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할 수 있는 것은 동료들, 후배들을 토닥거리는 것 뿐이었다.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 그런 박진포를 달래준 것은 가족들이었다. 4살배기 지훈과 2살배기 지우, 두 아들의 존재는 큰 힘이었다. 박진포는 "쉬면서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들이 참 좋아했다. 그래도 그라운드에 있는 아빠를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박진포는 복귀 첫 경기였던 울산전 활약을 바탕으로 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힘들어하던 스리백에도 적응했다는 점이다. 제주는 올 시즌 3-4-1-2를 주력 포메이션으로 쓴다. 포백의 풀백에 익숙한 박진포는 스리백의 윙백에 적응해야 했다. 박진포는 "스리백에서는 보다 공격적으로 해야 했다. 뒤에서 연결하면서 수비에 주력하던 선수가 돌파하면서 마무리까지 해야 하니 힘들었다"며 "그래도 적응의 해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시도한 게 발상의 전환이었다. 윙백에 있지만 포백에서 뛰는 것처럼 생각하고 뛰었다. 내 장점이 수비인만큼 뒤에서부터 차근히 풀어가려고 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웃었다.

제주에서의 우여곡절 첫 시즌, 어느덧 시즌은 종반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남은 기간이 더 중요하다. 박진포는 "이제 몇경기 안남았다. 부상으로 도움이 못됐는데, 쉬는 기간 동료들이 너무 잘해줬다.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간 못 뛴만큼 더 열심히 뛰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몫"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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