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몇경기 안남았더라고요. 남은 경기라도 잘해야죠."
힘든 재활 기간이었다. 박진포는 왼 뒤꿈치 족저근막을 다쳤다. 쉽게 낫지 않는 부위다. 3개월 정도 그냥 쉬어야 했다.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오래동안 볼을 차지 못한 기간이었다. 박진포는 "러닝도 못하고 그냥 쉬기만 했다. 운동장 가면 같이 뛰고 싶은데 봐야만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스쳐지나갔다. 박진포는 "경기를 너무 많이 쉬어서 과연 몸이 올라올까 그런 걱정이 되더라. 감각도 잃어버리고, 한창 뛰던 선수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설상가상으로 제주는 우라와 레즈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대역전패 이후 징계와 부진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올 시즌 많은 기대속에 제주 유니폼을 입은 박진포 입장에서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그는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치를 많이 봤다"고 털어놨다. 할 수 있는 것은 동료들, 후배들을 토닥거리는 것 뿐이었다. 스트레스가 더 커졌다. 그런 박진포를 달래준 것은 가족들이었다. 4살배기 지훈과 2살배기 지우, 두 아들의 존재는 큰 힘이었다. 박진포는 "쉬면서 유일하게 좋았던 점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애들이 참 좋아했다. 그래도 그라운드에 있는 아빠를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제주에서의 우여곡절 첫 시즌, 어느덧 시즌은 종반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남은 기간이 더 중요하다. 박진포는 "이제 몇경기 안남았다. 부상으로 도움이 못됐는데, 쉬는 기간 동료들이 너무 잘해줬다.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간 못 뛴만큼 더 열심히 뛰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몫"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