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풀리는 대전,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08-24 02:12



"이렇게 안풀릴 수도 있나 싶습니다."

23일 창원축구센터에서 만난 이영익 대전 감독은 한숨부터 쉬었다.

풀릴 듯 풀리지 않고 있다. 올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대전은 클래식 승격 다크호스 중 한 팀으로 꼽혔다. 뛰어난 공격진과 김진규를 위시한 수비 보강, 베테랑 지도자인 이영익 감독 영입 등 호재가 가득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수비수들이 줄줄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무승이 거듭됐다. 24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챌린지(2부리그) 10팀 중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이 와중에 '최강' 경남을 만났다.

이 감독은 "경남 뿐만이 아니다. 성남과 부산, 아산을 차례로 만난다. 흐름이 살아나야 할 시점인데 줄줄이 강팀들과 만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는 흐름. 이 감독은 이날 공격의 핵인 크리스찬과 황인범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이 감독은 "오늘 경기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다. 다가오는 승부를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찬은 결정력은 탁월하지만 스피드에서 약점을 보여왔다. 스피드에 강점이 있는 브루노와 이호석을 전진배치해 역습 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게 이 감독의 노림수였다.

이 감독의 수가 적중하는 듯했다. 대전은 전반전에만 두 골을 얻으면서 경남을 압박했다. 브루노와 이호석을 앞세운 대전의 스피드가 경남을 농락했다. 쉬운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가려던 경남은 대전의 역습에 잇달아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대전은 웃질 못했다. 고질적인 '수비병'이 또 도졌다. 후반 20분 배기종에게 추격골을 허용한 뒤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2분 만에 말컹에게 동점골을 내준데 이어 5분 뒤에는 우주성에게 역전골까지 얻어 맞았다. 후반 35분 터진 말컹의 그림같은 중거리포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의 부진보다 경남이 월등한 전력의 힘을 보여줬다. 경남이 이길 만한 경기였다"

아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날 대전이 내놓은 브루노-이호석 조합은 수 차례 기회를 만들어냈다. 경남전 전까지 시즌 9경기 출전이 전부였던 이적생 정민우는 멀티골로 새로운 공격옵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감독은 "경기력은 좋았는데 역전패를 당하다보니 분위기가 침체될까 우려된다. 로테이션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다"며 성남전에서 반전을 다짐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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