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강상우(24·포항)의 롤모델은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었다.
중학교 시절까지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던 강상우는 1m75에서 키가 멈췄다. 중앙 공격수에게는 큰 핸디캡이었다. 결국 익숙했던 최전방 대신 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상이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았던 박지성을 보며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강상우는 박지성과 같은 윙어를 꿈꿨다. 굴곡은 없었다. 그 연령대 최고의 윙어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했다. U-19부터 U-23까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다. 2012년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주는 대학 MVP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경희대 2학년을 마치고 자유선발로 포항 유니폼을 입은 강상우는 기대와 달리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2014년 8경기 출전에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한 강상우는 2015년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좌절하던 그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2016년 당시 최진철 감독이 스리백으로 변화를 꾀하며 강상우에게 윙백을 제안했다. 경기에 나가기 위해 마지 못해 선택했지만, 처음에는 밑에서 뛰는 것이 속이 상했다. 그래도 나름 자기 또래에서는 최고의 측면 공격수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수비로 내려가려니 왠지 좌천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포지션에 재미를 느꼈다. 주변에서 "이제 제 포지션을 찾은 것 같다"는 칭찬도 들렸다. 그럴수록 더욱 새로운 포지션에 몰두했다. 윙백들의 플레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신처럼 왼쪽에서 뛰는 오른발잡이 윙백들을 찾았고, '초롱이' 이영표의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봤다.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박지성을 목표로 뛰었던 강상우는 이제 이영표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제 강상우는 제법 윙백스러워졌다. 포백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윙백을 적극 활용하는 최순호 감독의 전술 아래서 강상우는 물만난 고기처럼 뛰고 있다. 윙백으로 전환한 후 단점 보다는 장점이 더 도드라지고 있다. 윙어 시절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결정력 약점도 윙백 변신 후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는 "골을 넣는 것보다 막는게 더 편해졌다"고 웃는다. 생각해보니 예전부터 윙백과 인연이 있었다. 프로 1~2년차에도 윙어가 아닌 윙백이었던 신광훈, 김대호, 박희철의 플레이에 눈길이 갔다. 아마도 지금의 성공 변신은 그 때부터 이미지적으로 준비된 결과인지 모른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공중볼이나 파워에서 더 나아져야 한다. 외국인선수를 만나면 아직까지 힘에 부친다.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강상우는 자신의 약점을 하나씩 고쳐나갈 것이다. 그러면 목표로 한 공격포인트 5개에도 도달할 수 있고, 포항도 더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다.
한국 축구는 윙백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기술이 좋은 강상우라는 새로운 윙백은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신태용 감독과 강상우는 이미 2015년 카타르 U-22 챔피언십에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강상우는 '제2의 이영표'가 될 수 있을까. 강상우의 축구인생 2막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마감직전토토, 실시간 정보 무료!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