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라…, 이해한다. 하지만 골로 대답하겠다."
에반드로(30·대구)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지난 3월 부상으로 낙마한 주니오의 대체자로 대구에 온 에반드로. 최전방 스트라이커지만 무게감이 떨어졌다. 연계, 제공권, 전방 압박 등 많은 부분에서 아쉬웠다. 그나마 장점은 득점력. 한데 이마저도 뭔가 부족했다.
"굼뜨다." 에반드로의 움직임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최근 달라지고 있다. 어느새 리그 8호골을 기록했다. 에반드로는 포항과 강원을 상대로 각각 1골씩 터뜨리며 팀의 2연승을 견인했다. 그간 아쉬웠던 경기력도 좋아졌다.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에반드로는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그동안 팀에 녹아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 하지만 무릎 부상과 이런 저런 이유로 잘 안 됐다"며 "이제 무릎도 다 나았고 경기에 잘 녹아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잘 알고 있었다. 에반드로는 "나는 완벽한 선수가 아니다. 사람들이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며 "코칭스태프가 주문한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항상 준비한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굼뜨다는 선입견에 대해선 앞으로 좋은 경기력과 골로 대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를 '설렁드로'라고 한다. 설렁설렁 뛰는 것 같아 붙여진 별명. 하지만 에반드로는 그 누구보다 절박하다. 9살 때부터 축구선수의 길을 걸어온 에반드로. 그는 '가난' 때문에 축구화를 신었다. "우리집은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웠다. 9살이면 어린 나이지만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꼭 성공해서 생계를 책임지고 싶었다. 그게 선수가 된 이유다."
하지만 어린 에반드로에게 세상은 가혹했다. "어릴 때 브라질 작은 구단에서 뛰었는데 임금 체불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돈 때문에 축구를 시작했는데 돈을 벌지 못해 너무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가족 생각으로 견뎠다."
에반드로의 가족 사랑은 같하다. 타투(문신)광인 그는 온 몸에 가족을 새겼다. 에반드로는 "힘들 때면 항상 가족을 떠올린다. 그런데 해외 생활을 하면 보기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타투를 좋아하는데 가족들의 이름을 새긴 문신이 가장 많다. 앞으로도 가족의 의미를 담은 문신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K리그에서 가장 화끈한 골 세리머니는 단연 에반드로의 백덤블링이다. 1m86-80kg의 육중한 체격에서 나오는 탄력 넘치는 움직임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카포에라(브라질 전통 무술)를 즐겼다. 친구들과 카포에라 동작들을 하고 놀았다. 몇 바퀴를 돌아도 전혀 문제 없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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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공식 웹진 만화 '생각하는 대로 대구'에 등장하는 에반드로(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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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속 에반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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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드로는 대구의 '심볼'이기도 하다. 그는 대구 공식 웹진 만화 '생각하는 대로 대구'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에반드로는 "그런 게 있었나.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로 꼭 챙겨보겠다"고 했다.
대구의 무더운 날씨가 좋다는 에반드로. 좋아하는 음식도 별 것 없다. 구단 식당 이모가 해주는 밥이 제일 좋다고 한다. 대구에 완벽 적응했다는 뜻이다. 에반드로는 "앞으로 더 많은 골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었는데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테니까 잘 봐달라"고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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