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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캡틴' 염기훈(34·수원 삼성)이 또다시 날아올랐다. 12일 인천전에서 '1골1도움'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후반 34분, 염기훈의 교체 타이밍,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염기훈!" "염기훈!" 뜨거운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조나탄-염기훈을 3-5-2의 투톱으로 내세웠다. '고육지책'임을 명시했다. 매튜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고 주전 수비수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을 언급했다.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한다. 수비 불안을 메우기 위해 5백을 쓰게 됐고, 수비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격을 극대화 하기 위해 염기훈을 위로 올리게 됐다"고 했다. "염기훈은 오히려 더 편하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서 감독은 베테랑 염기훈을 향한 전폭적인 신뢰를 표했다. "염기훈이 투톱으로 선다고 해서 측면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염기훈 정도 되는 선수면 알아서 한다. 경찰청에서 '원톱'까지 섰던 경험 많은 선수다. 도움도 알아서 한다. 기훈이 정도 되는 선수는 걱정없다. 아무 걱정없다."
서 감독의 믿음은 적중했다. 전반 10분, 투톱으로 나선 염기훈과 조나탄의 눈빛이 통했다. 염기훈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조나탄이 그림같은 선제골을 밀어넣었다. 시즌 도움 6개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전반 10분 염기훈의 왼발이 번쩍 빛났다. 문전에 자리잡고 있던 조나탄이 염기훈의 '포물선' 크로스를 이어받아 그림같은 '포물선'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시즌 10호골을 채웠다. 염기훈이 '6호 도움'으로, 이 부문 단독 1위에 올라선 순간이다.
전반 34분 코너킥에서 낮고 빠른 염기훈의 크로스에 조나탄이 또 한번 날아올랐으나 아쉽게 인천 수비라인에 막혔다. 염기훈은 전반 42분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까지 직접 날리며 물오른 자신감을 보여줬다.
인천은 후반 시작과 함께 강공으로 나섰다. 원톱 웨슬리를 활용한 역습 한방을 지속적으로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후반 8분 인천이 결정적인 동점골 찬스를 놓쳤다. 롱스로인에 이은 웨슬리의 헤딩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다. 곧이어 코너킥에 이은 웨슬리의 헤딩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파울이 선언됐다. 의욕이 앞섰던 웨슬리가 결국 '화근'이 됐다. 후반 15분 웨슬리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곽광선의 안면을 팔꿈치로 가격하며 전반에 이은 두번째 옐로카드를 받아들었다. 레드카드였다.
주포 웨슬리의 부재, 10대11의 수적 열세는 인천에게 악재였다. 대구전 김동석의 퇴장에 이어 2경기 연속 10명이 뛰어야 하는 상황, 이기형 인천 감독은 문선민을 최전방으로 올리고 박용지를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후반 20분, 수원의 쐐기골이 터졌다. 김종우의 코너킥을 조나탄이 또다시 머리로 받아넣었다. 시즌 11호골을 신고했다. 불과 2분 후인 후반 22분, 이번에는 '염기훈 타임'이었다. 조나탄이 측면에서 낮게 깔아준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왼발로 톡 밀어넣었다. '주거니 받거니' 1골1도움으로 수원의 3대0 승리, 짜릿한 2연승을 이끌었다.
인천은 웨슬리의 퇴장이 치명적었다.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30분, 박스 안에서 인천 한석종을 뒤에서 밀친 수원 이종성이 카드를 받으며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VAR이 가동되며 무효가 선언됐다.
수원은 조나탄-염기훈 투톱의 활약에 힘입어 3골을 터뜨리며 모처럼 무실점 2연승을 달렸다. 인천전 12경기 연속 무패(6승6무)를 이어갔다. 베테랑 염기훈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빛났다. 짜릿한 승점 3점이었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