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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않은 꽃' 광주 정영총 "내 가치 보여줄 것"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7-12 17:57


사진제공=광주FC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정영총(25·광주)은 아직 피지 않은 꽃이다.

부평고-한양대를 거친 정영총은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가진 게 많았다.

1m80-70kg의 탄탄한 체격, 힘과 스피드를 갖췄다. 야생마 같은 폭발력을 지닌 공격수. 발등에 얹어 때리는 묵직한 슈팅은 그의 장기였다.

2015년 제주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큰 기대를 모았다. 리그 17경기에 나섰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이듬해엔 13경기 출전, 1골에 불과했다. "기회를 못 받은 것도 아닌데 믿음에 부합하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정영총의 자기 반성이다.

소속팀 제주는 2016년 K리그 클래식 3위를 달성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했다. 환호 속 정영총은 고독했다. "내가 보탠 게 없다."

설 곳을 잃었다. 제주는 ACL을 대비해 전력을 보강했다. 정영총은 짐을 쌌다. 그는 지난 겨울 광주로 둥지를 옮겼다.

살기 위해 떠났다. 꽃 피우기 위해 겨우내 달리고 또 달렸다. 광주도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먹구름이 끼었다. 4월 2일 제주 원정경기 후반 14분. 정영총의 오른발등 뼈가 부러졌다. "정말 많이 준비했고, 기회를 준 것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다쳐서 너무 속상했다."

이를 악물었다. 고독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 2개월여 재활 끝에 정영총이 다시 돌아왔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몸이 좋았다. 기회가 왔다. 정영총은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홈 경기 후반 9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쌓였던 한을 토해내듯 거침 없이 내달렸다. 후반 11분이었다. 정영총이 오른쪽 측면에서 속도를 붙여 치고 달렸다. 서울 수비수 2~3이 서 있었지만 추풍낙엽이었다. 김영빈의 2-1 역전골을 끌어낸 기점 플레이였다. 장내가 술렁였다. "광주에 저런 선수가 있었어?"

하지만 탄성은 이내 탄식으로 바뀌었다. 정영총이 쓰러졌다. 오른햄스트링에 문제가 생겼다. 후반 26분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속도를 내려고 힘을 딱 주는데 뭔가 찢어지는 듯 아팠다. 마음 속으로 '아~제발…'이라고 빌었다."


사진제공=광주FC
오른허벅지 뒷 근육이 찢어졌다. 복귀까지 3~4주 걸릴 전망이다. 정영총은 부모님이 계시는 인천에서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께서도 많이 걱정하시고 속상해하셨다. 자신들이 아픈 것보다 아들 아픈 걸 더 힘들어하는 게 부모님 마음인 것 같다"며 "근데 그런 부모님을 보는 내 마음도 너무 아프고 답답하다"고 했다.

축 가라앉은 분위기. 정영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 웃는다. "이미 엎지러진 물인데 어쩌겠나!"

정영총은 "프로 3년찬데 아직 뭔가를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은 언제나 신인인 것 같다"며 웃은 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기에 곧 팬들 앞에 설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광주는 최근 브라질 출신 공격수 완델손에 현역 북아일랜드 대표팀 핵심 공격수 니얼 맥긴을 영입했다. 정영총과 포지션이 겹친다. 정영총은 "마음 속으로 오지마 오지마 했는데 왔다"며 농담을 한 뒤 "경쟁은 프로의 생리이자 선수의 숙명이다. 가까이서 보니 좋은 선수들이더라. 훌륭한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나도 성장하고 팀도 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는 내게 기회를 열어준 고마운 팀이다. 꼭 이 곳에서 내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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