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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힘든 자리를 줬네요."
논의를 마치고 나온 서 감독은 "첫 번째 회의부터 너무 힘들었다. 황선홍 서울 감독과 나란히 앉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색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치열한 논의가 펼쳐졌다. 장시간 격론 끝에 도달한 종착역은 신태용 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 한국 축구를 이끈다.
서 감독의 마음은 꼭 편하지만은 않았다. 친구에게 큰 짐을 얹어줬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88학번 동기'인 두 감독은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함께 활약하기도 했다. 지금도 종종 시간을 함께 하는 사이다. 그 때문인지 서 감독은 신 감독이 안쓰럽기만 하다. "태용이가 위기 상황에 힘든 자리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서 감독은 힘든 시기에도 한국 축구를 위해 기꺼이 지휘봉을 잡은 '내 친구' 신 감독을 믿는다. 서 감독은 "태용이는 친구로서 배울 점이 많다. 좋은 면도 많다. 올림픽팀 감독, 대표팀 코치로 있을 때 역할을 잘했다.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도 좋다"고 칭찬했다. 신 감독은 2016년 브라질올림픽 8강,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서 감독은 "무엇보다 내 친구는 어려운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며 "그동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좋지 않았던 부분이 오히려 태용이에게는 약이 되고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도 채울 것이다. 태용이는 아픔도 이겨낼 수 있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절친'의 새로운 도전. 옆에서 바라보는 서 감독은 "내 친구 태용이는 잘할 것이다. 파이팅이라고 꼭 전해주고 싶다"고 긍정의 힘을 불어넣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