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A대표팀, 어떻게 바뀔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7-05 18:53


스포츠조선DB

신태용 신임 A대표팀 감독의 색깔은 확실하다.

공격적이고, 기술적인 축구를 추구한다. 감독 생활의 시작이었던 성남부터 올림픽대표팀, U-20 대표팀까지 전술적 변화는 있을지언정 색깔은 바뀌지 않았다. 한골 먹으면 두골을 노렸고, 뻥축구 보다는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을 선호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팀은 언제나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A대표팀에서도 그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두는 역시 공격이다. 신 감독은 2016년 리우올림픽 8강, 2017년 U-20 월드컵 16강이라는 기대 보다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공격축구'라는 자신의 철학에 대해서는 굽힘이 없었다. 신 감독은 "수비하다 당하는 것보다 '맞불'로 부딪쳐보면 우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다. 수비만 하다보면 우리가 뭘 했는지, 뭘 해야 할지 못 느끼고 끝난다. 나는 감독으로서 이기기 위해 경기하지, 비기기 위해 경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령대가 정해져 있어, 인재풀이 좁았던 올림픽, U-20 대표팀에 비해 A대표팀은 선택의 폭이 넓다.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된 만큼 더 수준 높은 공격축구를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처럼 4-2-3-1 일변도 였던 전술에서 탈피 다양한 전술 등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밑에서 숨을 죽였던 테크니션들이 '신태용 축구'의 핵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기성용(스완지시티) 손흥민(토트넘) 이재성(전북)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을 축으로 서울 이적 후 첫 경기부터 존재감을 보인 이명주, 유럽 진출 후 대표팀과 멀어진 권창훈(디종) 등이 새롭게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U-20 월드컵에서 함께 했던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 백승호(바르셀로나B)의 A대표 발탁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두 선수의 A대표 데뷔에 대해 "시기상조다. 팀에서도 못뛰는데 한두번 잘했다고 A대표팀에 발탁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두 에이스' 손흥민과 기성용의 활용법이다. 이 둘은 이란전에서 부상으로 뛰기 힘든 상황이지만, A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적절한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아시아 역대 유럽무대 최다골을 세우는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토트넘에서 펄펄날던 손흥민은 A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졌다. 물론 몇몇 경기에서 해결사 기질을 보였지만, 경기력 자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기성용 역시 슈틸리케 체제 하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의 기량을 100% 뽑아내지는 못했다. 이들을 활용하는 슈틸리케 전 감독의 전술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신 감독은 단점을 줄이는 것 보다 장점을 키우는데 능한 지도자다. 손흥민과 기성용의 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전술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리우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함께 한 손흥민은 당시처럼 섀도 스트라이커로 프리롤의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높고, 기성용은 지난 2014년 우루과이전에서 변형스리백의 축으로 활용한 것처럼 '깜짝 시도'를 할 가능성도 있다. 손흥민과 기성용이 함께 빛날 경우 A대표팀에도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는만큼 '여우' 신 감독의 해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과거처럼 극단적인 공격축구나 극단적인 전술변화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이번 U-20 월드컵을 마친 후 단기전에서의 운용 전략에 대해 큰 교훈을 얻었다. A대표팀의 패배는 연령별 대표팀보다 파급력이 더 크다. 게다가 한국축구는 러시아행의 기로에 있다. 승점 13점의 한국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에 승점 1점 앞선 2위다. 러시아월드컵은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란과 우즈벡과의 운명의 2연전은 단두대매치다. '패배는 곧 실패'를 의미하는만큼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재미'보다는 '승리'에 집중한 치밀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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