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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탈출을 모색중인 한국축구. 과연 위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김호곤 신임 기술위원장(66)은 이 같은 축구계의 중론을 수렴, 새 A대표팀 사령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새 감독과 기술적인 면에서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이 위기를 타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한국적인 문화에서 보면 자칫 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전방위적인 개입이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A대표팀 감독의 그림자 또는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은 간단하다. 한국 축구의 러시아행 좌절만은 막아야 한다"며 방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기술적인 조언이 충분히 가능한 행정가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대표팀 코치부터 연세대와 부산 아이파크, 2004년 아테네올림픽대표팀, 울산 현대 감독을 역임했다. 늘 공부하는 지도자였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울산을 지휘하던 시절에는 선수들이 똑같은 훈련에 싫증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럽 팀의 훈련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또 비시즌에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과 유럽챔피언스리그도 관전했다.
김 위원장은 2014년부터 현장을 떠나있었지만 협회 성인리그 운영 담당 부회장으로서 지속적으로 현장을 찾아 선수들의 기량과 성향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못지 않게 선수 파악이 잘 돼 있다. 새 A대표팀 코칭스태프가 놓치는 부분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김신욱(전북) 이근호(강원) 김승규(빗셀 고베) 곽태휘(서울) 등 대표팀 발탁 후보 자원들은 김 감독의 제자들이다.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들이기도 하다. 이 선수들은 새 감독보다 오히려 김 위원장을 더 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주객이 전도되는 일 만큼은 철저하게 막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아무리 선수들과 친분이 있다고 할지라도 대표팀의 수장은 감독이다. 선수들에게 최우선은 감독의 주문이 될 것이다. 내가 돋보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그저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이 감독으로 선임되든 나보다 후배일 것이다.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선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상황적인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호곤 위원장이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한국축구의 위기 탈출을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