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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누아투! 바~누아투!"
바누아투의 월드컵행은 FIFA가 축구의 균형발전을 위해 이번 대회부터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 출전권 2장을 할당하면서 가능해졌다. 오세아니아 대륙 예선에서 뉴칼레도니아, 피지, 파푸아뉴기니를 꺾었다. 결승에서 뉴질랜드에서 0대5로 패했지만 예선 2위로 당당히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이번 대회는 바누아투의 첫 20세 이하 월드컵이자 첫 FIFA 모든 공식대회를 통틀어 본선무대 첫 참가다. 면적 1만2189㎢ , 인구 28만명, 1인당 GDP 2775달러(약 311만원)의 남태평양 섬나라는 작고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해피플래닛 인덱스가 뽑은 세계에서 4번째로 행복한 나라다. 착하고 낙천적인 이들의 행복에는 축구가 큰 몫을 차지한다. 1부리그 8개팀을 비롯해 축구 열기가 뜨겁다. 둥근 공 하나면 충분히 행복한 20세 이하 대표팀의 첫 월드컵행은 바누아투의 자부심이자 쾌거다.
전반 25분 멕시코의 쐐기골이 나왔다. 첫 골과 비슷한 패턴이었다. 안투나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골키퍼가 잡으려다 놓치고 흐른 공을 로날도 시스네로스가 지체없이 밀어넣었다. 멕시코의 승리가 압
0-2로 뒤지는 바누아투를 향한 대전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이 쏟아졌다. 골을 허용할 때마다 바누아투를 향한 함성 소리는 배가됐다. 전반 32분 역습과정에서 윌킨스가 쇄도하며 슈팅까지 날렸다. 포기하지 않는 적극적인 공격은 인상적이었다. 전반 멕시코가 7개의 슈팅, 2개의 유효슈팅을, 바누아투가 5개의 슈팅 1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후반 초반 멕시코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바누아투는 온몸으로 막아냈다. 위기가 지나니 기회가 왔다. 후반 7분 바누아투 축구사에서 잊지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바누아투 주장, 10번 봉 칼로의 만회골이 터졌다. 박스 안에서 윌킨스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FIFA랭킹 178위 바누아투가 FIFA 공식대회에서 기록한 최초의 골이었다. 골키퍼 다니엘 알릭까지 상대 진영으로 내달려 둥글게 뭉쳐 오래도록 첫 골의 기쁨을 나눴다.
기세가 오른 바누아투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10분 후 또다시 기적의 순간이 찾아왔다. 전반부터 쉴새없이 측면을 타고 달리던 '9번' 윌킨스가 박스 정면에서 쏘아올린 왼발 슈팅이 거짓말처럼 멕시코 골망 오른쪽으로 빨려들었다. 선수들과 벤치가 한몸이 됐다. 후반 30분을 넘어서며 바누아투 선수들이 잇달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리에 쥐가 올라와 스러지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90분간 무려 23개의 슈팅을 쏘아올리며 승리를 노렸다. 골운이 지독히도 따르지 않았다. 후반 22분 노마크 찬스에서 로날도 시스네로스의 슈팅이 골문을 빗나갔다. 골대 불운도 이어졌다. 후반 35분 시스네로스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맞은 단독 찬스가 불발됐다. 후반 38분 코너킥에 이은 프란시스코 베네가스의 헤딩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후반 40분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새 윌킨스가 쇄도했지만 수비수가 필사적으로 공을 걷어냈다. 후반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다. 90분간 모든 체력을 소진한 바누아투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종료 휘슬 1분을 남기고 멕시코의 결승골이 터졌다. 마지막까지 골을 노리던 수비수 알바레스의 골이 마침내 들어갔다. 멕시코가 천신만고 끝에 3대2로 승리했다.
바누아투는 사상 첫 FIFA 본선 경기에서 첫 골, 두번째 골과 함께 투혼을 보여줬다. 90분간 지지 않았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은 아마도 이럴 때 하는 것이다. '행복한 축구' 바누아투의 날이었다.
대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