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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만 승리를 즐기겠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를 조금 봤다. 잉글랜드에 졌지만 경기를 잘 풀어갔다. 강팀다웠다. 빌드업도 좋고 중원에서 경기를 잘 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내일부터 준비를 잘 하겠다."(백승호)
'리틀 태극전사'들이 부담스런 첫 경기에서 3골차 완승했다. 산뜻한 출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우리 태극전사들은 15년 전 형님들 보다 한골 더 많은 득점을 올렸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은 폴란드와의 1차전서 2대0 승리했고, 조별리그를 1위(2승1무)로 통과해 4강까지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었다.
한국이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기니와의 2017년 FIFA U-20 월드컵 A조 첫 경기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A조에서 잉글랜드와 나란히 공동 선두를 달렸다.
아프리카 예선을 3위로 통과한 기니도 4-3-3 포메이션을 맞섰다.
한국은 경기 초반 준비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들이 큰 대회 첫 경기라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또 신체조건이 좋은 기니는 강한 압박으로 한국의 중원을 장악했다. 태극전사들이 중원에서 공을 편안하게 잡을 수 없었다. 또 기니 측면 공격수 케이타가 유연한 개인기를 이용해 우리 왼쪽 측면을 마구 파고 들었다. 기니 공격수들이 우리 골문 앞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태극전사들은 몸을 던져 상대 슈팅을 막아냈다. 기니 선수들의 움직임은 전반 20분 정도부터 둔해지게 시작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의 몸이 풀리면서 측면에서 공이 돌았다.
해결사는 이승우였다. 전반 36분 이승우가 중원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공을 잡고 기니 수비수 사이를 파고 든 후 지체없이 오른발로 때린 게 상대 수비수 맞고 그대로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한국은 후반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공격적으로 나온 기니에 2골을 때려넣는 빼어난 집중력과 투혼을 발휘했다.
한국은 후반 24분 조영욱의 헤딩슛이 상대 골키퍼 카마라 정면으로 가 아쉬웠다. 신태용은 감독은 후반 많은 활동량으로 지친 미드필더 이상헌과 이승모를 각각 임민혁과 김승우로 교체했다.
한국은 후반 31분 교체 투입된 임민혁이 쐐기골을 박았다. 이승우의 도움을 받은 임민혁은 골키퍼를 앞에 두고 침착하게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또 백승호가 후반 36분 세번째골을 터트렸다. 정태욱의 헤딩 패스를 달려들면 재치있게 발을 갖다됐다.
한국 수문장 송범근도 후반 두 차례 선방을 펼쳤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진현도 정교한 패스와 감각적인 볼터치로 승리에 기여했다.
한국의 2차전 상대는 아르헨티나다.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다.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와의 1차전서 0대3 대패했다.
15년전인 2002년 6월 4일,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서 벌어진 한-일월드컵 한국-폴란드전. 황선홍의 왼발 발리 결승골(전반 26분)과 유상철의 중거리 쐐기골(후반 8분)이 폴란드 골망을 흔들었다. 2대0 승리.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서 나온 감동적인 월드컵 첫 승에 '붉은악마'들이 길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그날의 승리를 시작으로 태극전사들은 안방에서 '4강 신화'라는 전대미문의 '미라클(기적)'을 썼다. 미국과 비겼고, 포르투갈을 잡았다. 16강서 이탈리아를 연장 골든골(안정환)로 물리쳤고, 그 여세를 몰아 스페인을 PK 끝에 제압, 4강에 올랐다.
15년이 흘렀다. 한-일월드컵 이후 두번째로 큰 축구 페스티벌 '미니 월드컵'이 시작됐다. 그 첫 판에서 우리 태극전사들이 멋지게 승리했다. 한반도가 다시 축구로 뜨거워지고 있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