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전북 팬들께 연패에 대한 '사죄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전북 공격수' 김신욱(29)은 6일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대구전(2대0 승) 후반 44분, 짜릿한 왼발 쐐기골 직후 전북 원정 서포터석을 향해 내달렸다. '절친' 후배 김진수(25)가 약속이라도 한 듯 뒤따랐다. 두 남자는 동시에 서포터들을 향해 넙죽 엎드렸다. 팬들을 향한 '큰절 세리머니'였다. 전북 서포터들이 엄지를 치켜들며 뜨겁게 환호했다.
대구전을 앞두고 김신욱은 팬들을 향한 '사죄 세리머니'를 떠올렸다. '1강' 전북은 3일 홈경기에서 제주에 0대4로 충격패했다. 4골 차 패배는 12년만이었다. 광주전(0대1패)에 이은 2연패, 1년7개월만의 연패였다..
'전북의 최전방' 김신욱에게 대구 원정은 절실했다. 열정의 온도가 통하는 후배 김진수와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우리가 이렇게 지는 팀이 아닌데… 응원해주신 팬들께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1대0으로 이겨도 안된다. 골을 많이 넣어야 한다. 3연승 이상은 해야 분위기를 되돌릴 수 있다." 간절함은 통했다. 후반 종료 직전 기어이 쐐기포를 쏘아올렸다. 분위기 반전을 가져온 한방. K리그 클래식 '토종선수 최다'인 시즌 5호골이었다.
김신욱은 3월 전남과의 개막전, 마수걸이골 이후 4월 강원전(1대1무) 상주전(4대1승) 포항전(2대0승)에서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김신욱이 골맛을 본 경기에서 전북은 7경기 무패를 달렸다. 공교롭게도 김신욱이 침묵한 광주전(0대1패), 제주전(0대4패)에서는 연거푸 패했다.
김신욱은 연패 후 '1강 공격수'로서의 책임을 통감했다. "전북은 골을 못 넣으면 경기가 어려워진다. 나도, (이)동국이형도, 에두도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는 법'을 모르던 전북의 연패 후 분위기도 털어놨다. "많이 힘들었다. 진짜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롤러코스터가 작년에도 있었다. 승점 삭감 후 서울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다. 롤러코스트 후에 더 강해지는 게 전북이다. 이번에도 롤러코스터라고 생각했다."
김신욱은 해결사를 자청했다. 3경기만에 골을 가동한 대구전, 전북은 보란듯이 승리했다.
'진격의 거인' 김신욱은 머리만큼 '발 재간'이 좋은 선수다. 올시즌 5골은 흥미롭다. 경로도, 방법도 제각각이다. 김보경, 에두, 김진수, 최철순 등 다양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머리로 1골, 오른발로 3골, 왼발로 1골을 넣었고, 트레이드마크인 헤딩골은 물론 발리골, 로빙슛 등 다양한 기술로 골망을 흔들었다.
특히 대구전 김신욱의 왼발 쐐기골은 순도가 높았다. 최철순의 전방 패스를 이어받아 압도적인 피지컬로 상대 수비수를 제압한 후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왼발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골 장면을 칭찬하자 선배 공격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대구전 골은 에두를 모방한 플레이"라고 했다. "에두 선수는 몸을 막으며 들어가는 플레이를 잘한다. 개막전 전남전 발리골은 이동국 선수의 장기다. 강원전 골(김진수 도움)만 내가 원래 헤딩하던 루트였다"고 설명했다. "우리 팀 공격수들은 세상 어떤 선생님보다 훌륭하다. 경기장에서 함께 뛰면서 배우다 보니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경쟁은 의미가 없다. 내 입장에서는 K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다. 같이 훈련해보면 동국이형, 에두는 정말 잘한다. 내가 축구를 더 못하기 때문에 경쟁이 아니다. 늘 배우는 입장"이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선배 이동국의 대구전 첫 골에도 기쁨을 표했다. "동국이형이 꼭 골을 넣을 거라고 믿었다. 경기에 들어가면 골을 넣는 선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다."
김신욱은 전북 유니폼을 입은 지난해 33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다. 올해 10경기에서 벌써 5골을 넣었다. 리그 득점 2위, 팀내 최다골, 토종 공격수 최다골을 기록중이다. 시즌 골 목표를 묻자 김신욱은 즉답 대신 '전북 정신'을 설파했다. "전북이 참 좋은 팀인 이유는 우리 팀 누구도 개인 욕심이 없다. 우리는 오직 전북을 위해 뛴다. (최강희)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는 저절로 따르게 되는 힘이 있다. 전북이 강한 이유"라고 했다. "동국이형도 대구전에서 봤듯 늘 헌신한다. 에두도 샬케04에서 뛴 세계적 선수인데, 이런 선수들이 모두 팀을 위해 희생한다. 나 역시 개인 욕심은 없다. 골은 공격수로서 팀 승리를 위한 것이다. 그러다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시종일관 '전북 정신'을 강조하던 훈훈한 인터뷰의 마무리는 '큰절의 이유', 전북 팬들을 향한 무한 감사였다. "전북 팬들은 정말 다르다.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경기장에서 너무 편하다. 늘 한결같이 나를 응원해주는 가족과도 같다. 이 팬들과 함께 축구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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