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의 매력은 한 장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과 이변이다.
한국은 4장의 ACL 진출권을 쥐고 있다. 한 시즌 내내 땀을 쏟아야 하는 클래식에 3장, 단기전인 FA컵 우승팀에 1장이 돌아간다. 32강→16강→8강→4강→결승전까지 5경기만 승리하면 ACL에 진출할 수 있다. '저비용 고효율'의 무대다. 이변도 빼놓을 수 없다. FA컵은 토너먼트다. 한판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1999~2000시즌 프랑스 FA컵 결승까지 오른 '4부리그팀' 칼레의 기적은 FA컵 이변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국내 FA컵에서도 2004년 직장인 구단 재능교육의 16강, 2005년 아마추어 현대미포조선의 준우승 등 이변이 있었다.
2017년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KEB하나은행 FA컵 4라운드(32강)이 19일 열린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2개팀이 4라운드부터 가세한다. 이제부터 진짜 싸움이다. K리그 챌린지(2부) 7개팀과 아마추어인 내셔널리그 5개팀, K3리그 5개팀, 대학 3개팀이 클래식에 도전장을 냈다. FA컵 탄생 20주년이었던 지난해는 FA컵 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가 결승전에서 펼쳐지며 흥행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하위스플릿으로 추락했던 수원이 우승하며 기사회생했다.
올 해도 32강부터 흥미로운 대진이 펼쳐진다. 다양한 키워드가 이어지며 스토리가 넘친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울과 안양의 '전쟁'이다. 두 팀은 역사가 있다. 서울의 전신은 안양LG였다. 안양은 수원 삼성과 '지지대 더비'를 펼치는 등 뜨거운 축구열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안양LG는 2004년 서울로 터전을 옮겼고, 안양은 졸지에 팀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안양팬들의 반감도 거셌다. 안양은 2013년 염원하던 시민구단을 창단하며 칼을 갈았다. 마침내 창단 5년만에 FA컵 32강전에서 서울을 만나게 됐다. 안양은 일찌감치 베스트 멤버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덤비겠다는 뜻이다.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서울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경기는 서울의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32강 유일의 클래식팀간 맞대결인 인천-수원전의 키워드는 '절박'이다. 두 팀 모두 이번 FA컵 승리가 절박하다. 인천은 개막 후 아직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특유의 끈끈함은 여전하지만 마무리가 아쉽다. 수원은 절박함의 크기가 더 하다. 수원 역시 6라운드까지 5무1패로 부진하다. 지난 광주전에서는 최악의 경기로 서포터스 일부는 서정원 감독 퇴진을 외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반전의 기틀을 마련한 FA컵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22일 강원과의 리그 경기, 25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ACL이 있어 100% 전력을 다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부산과 포항의 충돌은 '전통의 명가'간 대결이다. 부산의 전신인 대우로얄즈와 포항은 과거 K리그의 2강이었다. 지금 부산은 챌린지에서 뛰지만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며 부활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포항 역시 강등권이라는 예상을 깨고 2위로 순항 중이다. 두 팀 대결 속에는 챌린지와 클래식 '최고 골잡이'의 자존심 싸움이 숨어있다. 이정협은 개막 후 6경기 연속골을 기록 중이다. 2014년 아드리아노가 당시 대전에서 세웠던 개막 후 연속경기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양동현은 올 시즌 5골을 넣으며 클래식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4라운드(19일)
목포시청-양평FC(목포축구센터·오후 2시)
전북-부천(전주종합)
포천시민-경주한수원(포천종합·이상 오후 3시)
광주-연세대(광주W)
강원-대전코레일(평창알펜시아)
대구-경남(대구스타디움)
아산-경기아주대(아산이순신)
성남-청주(탄천종합)
강릉시청-상주(강릉종합)
전남-전주시민(광양전용·이상 오후 7시)
김해시청-제주(김해종합)
울산-춘천시민(울산W)
인천-수원(인천전용)
대전-영남대(대전W)
부산-포항(부산아시아드)
서울-안양(서울W·이상 오후 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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