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경기력이면 감독이 누가 와도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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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슈틸리케호에 승선한 손흥민(24·토트넘)은 지난달 23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중국전에는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7차전 시리아전에선 골맛을 보지 못했다. 라커룸에서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기)성용이형의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소속팀에 돌아가기가 무섭게 작심한 듯 골폭풍을 몰아쳤다. 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번리전(2대0승)에서 8호골을 터뜨렸다. 5일 기성용과 맞대결을 펼친 스완지시티전(3대1승)에서 9호골, 선배 기성용의 '아시아선수 시즌 최다골' 기록을 뛰어넘었다. 8일 왓포드전(4대0 승)에선 멀티골로 10-11호골을 한꺼번에 신고했다. 3경기 연속골과 함께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두자릿수 득점'의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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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26·레퀴야)는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속에 지난달 23일 중국전, 28일 시리아전에서 선발출전했다. 몸놀림은 가벼웠지만 조직력 난조로 골맛을 보지 못했다. 카타르에 복귀하자마자 3일 스타리그 24라운드 엘자이시전(5대1 승)에서 시즌 13호골을 터트렸다. 2011년 카타르 진출 이후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나흘후인 7일 25라운드 알아흘리전에서 또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추가시간, 짜릿한 극장골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2경기 연속골과 함께 레퀴야의 리그 통산 5번째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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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풀백' 김진수(25) 역시 슈틸리케호에서 소속팀에 복귀한 후 매경기 '왼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K리그 클래식 복귀 직후 첫경기인 2일 4라운드 서울전부터 왼발 프리킥으로 시즌 2호골을 신고했다. 9일 5라운드 강원 원정에서도 후반 7분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한 택배 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했다.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올시즌 5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전북이 5경기에서 기록한 6골 가운데 4골에 관여했다.
소속팀과 대표팀의 경기력 차이를 묻는 질문에 김진수는 "뭔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형들하고 이야기도 했었는데… 감독님의 문제라기보다 선수들 문제로 생각한다. 더 잘 준비하고 책임감을 갖고 소속팀, 대표팀에서 활약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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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욱(29 전북)과 김진수는 열정의 온도가 통하는 단짝이다. 최강희 감독은 "항상 둘이 붙어 다니며 도란도란 대화를 한다. 축구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친구들"이라며 흐뭇함을 표했다. 김진수의 왼발 크로스와 김신욱의 헤딩슛은 상대팀이 알고도 당하는 득점 루트다. 올시즌 측면 공격수 부상이 유독 많은 전북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타점 높은 공격 루트다. 수많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들의 대화를 통해 창의적인 '스크럼'과 그림같은 '궤적'이 나온다.
김신욱은 5라운드 강원 원정에서 시즌 2호골을 신고했다. 절친 김진수와 눈빛 호흡이 제대로 통했다. 전남과의 개막전 이후 한달만에 골맛을 봤다. 김신욱은 "매 훈련 때마다 크로스에 이어 문전 공격 연습을 한다.아직 60~70% 정도다. 완성도가 100%가 가까워진다면 더 위력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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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26·부산)은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로 통한다. 상주 상무 시절 슈틸리케 감독에 의해 깜짝 발탁된 후 중요한 경기마다 천금같은 골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6-7차전에서 부진하며 비난의 화살이 온통 그에게 쏠렸다.
다시 돌아온 K리그 챌린지 그라운드에서 매경기 골맛을 봤다. 5경기 연속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협은 9일 K리그 챌린지 6라운드 서울 이랜드전에서도 후반 15분 벼락같은 중거리포로 골망을 흔들었다. 5경기 연속골 후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께서 대표팀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셨다. 하지만 여기에 부응하는 좋은 경기 결과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라면서 "공격수로서 결정을 지어줘야 한다는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난받았다고 위축되기보다 비난을 잘 새겨듣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보완을 해야 한다. 비난을 달게 받고 향상되기 위해 노력해서 결과를 보여드리면 팬들도 좋게 봐주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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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중국전 후반 0-1로 밀리던 절체절명의 순간, 슈틸리케는 '신인' 허용준(23·전남) 교체카드를 빼들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여론의 포화 속에 어찌 보면 최대의 피해자가 됐다. 허용준은 노상래 전남 감독이 믿고 쓰는 '영건'이다. 올시즌 개막전부터 5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대표팀에서 돌아온 후 9일 대구전(1대2 패)에서 첫 골맛을 봤다. 어린 선수에게 첫 대표팀에서의 아쉬운 경험은 보약이 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A대표팀에 뽑혔는데, 성적이 썩 좋지 않아서 아쉽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 축구를 가장 잘한다는 선수들과 훈련도 하고 얘기도 나눴다. 선배들의 좋은 점을 많이 배웠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