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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선 축구 민심은 어떡하라고?'
협회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하지만 후폭풍이 더 걱정스럽게 됐다.
감독 교체를 통한 한국축구의 환골탈태를 희망하는 축구팬들의 민심에 역주행하는 결과물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들끓었던 감독 교체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불똥은 '불통'의 협회로 옮아갈 우려가 커졌다.
이를 방증하듯 대다수 축구팬들은 이미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요구해왔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POLL' 코너를 통해 진행 중인 여론조사에서 이같은 목소리가 잘 나타난다.
'시리아전 승리, 감독 경질설 잠재울만했나?'라는 주제로 열린 설문조사에서 3일 현재 2만1093명의 누리꾼들이 투표에 참가했다. 이는 3월 이후 실시된 스포츠 관련 40여개 각종 설문조사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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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팬들이 많기로 잘 알려진 프로야구의 시즌 개막 관련 설문조사에 1만5000여명이 참가한 것과 비교하더라도 '슈틸리케 거취 이슈'가 얼마나 큰 관심사였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조사에서 현재 82.3%가 '답답한 경기력, 경질하고 새 감독 선임해야 한다'는 답변에 찬성을 던졌다. '귀중한 승리, 조금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축구팬은 17.7%에 그쳤다.
이 설문조사에 첨부된 댓글 코너에도 900개에 육박하는 수많은 글이 달렸는데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을 옹호하는 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댓글에 참여한 팬들은 30대가 31%로 가장 많았고 40대 28%, 20대 21%, 50대 이상 16% 10대 4% 등의 나이 분포를 보였다.
이른바 '어린 애 장난'처럼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압도적인 비율의 축구팬들이 슈틸리케 감독의 교체를 심각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난 민심은 3일 오후 협회가 슈틸리케 감독 유임을 발표한 뒤 한층 거세졌다. 관련 소식이 알려지자 사이버 공간에서는 '협회가 한국축구를 망치는데 힘을 보탠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무슨 약점을 잡힌 게 있느냐'는 등 비난 수위마저 점차 높아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A매치 관전을 보이콧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 보도가 인터넷 공간에 올라 올 때마다 수백∼수천건의 댓글이 순식간에 따라붙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6월까지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이 없어서 시간이 지나면 반발 여론도 수그러들 수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카타르와의 8차전, 이란과의 9차전에서 또다시 삐끗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협회의 고뇌에 찬 유임 결정.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축구팬의 고뇌는 더욱 깊어졌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