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주대와 고려대의 U리그 후반 종료시간, 3-4로 뒤진 상황에서 얻어낸 마지막 코너킥, 박스 안의 '3학년 풀백' 박창준은 필사적이었다. 크로스가 떠오르자마자 작정한 듯 몸을 날렸다.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이 작렬했다. 사력을 다해 밀어넣은 골이 거짓말처럼 골대 안으로 빨려들었다. 박창준의 동점골과 함께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2-4의 스코어를 4대4로 뒤집어놓은 기적골, 만화같은 극장골에 아주대 그라운드를 메운 2000여 명의 학우들이 떠나갈 듯 환호했다. 전남 드래곤즈 감독 시절에도 웬만해선 세리머니를 하지 않던 '상남자' 하석주 감독이 양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봄의 그라운드는 축제였다.
U리그 개막전에서 터진 박창준의 '만화 오버헤드킥' 동점골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상황도 극적이었지만 골의 순도가 달랐다. 아주대 축구팀 프런트가 SNS에 즉각 올린 영상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박창준은 "외국 경기를 TV로 보다 보면 이런 장면이 많았다. 한번 때려보자 했는데 그게 들어갔다. 나도 들어갈 줄 몰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박창준은 '아주대 기적의 아이콘'이 됐다. U리그 무대를 뛰어넘은 '미친' 활약이었다. 후반 34분, 만회골에 이어 나홀로 2골을 터뜨리며 2-4의 패배를 4대4의 무승부로 되돌려놓았다.
박창준은 "아주대 응원단과 후원회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아주대 축구선수들은 개막전 흥행을 위해 직접 홍보에 나섰다. 홈 개막전을 찾은 2000여 명의 학우들에게 짜릿한 버저비터골로 보답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골맛을 봤다. "동계훈련을 태국으로 갔는데 그때도 많은 관중 앞에서 뛰어봤다. 그 경험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뛸 수 있었던 것같다. 이런 경기를 하고 나면 우리가 프로 수준인 것같다"며 뿌듯해 했다.
박창준은 하 감독이 공수에서 믿고 쓰는 '멀티 플레이어'다. 2017년 덴소컵 한ㆍ일 대학 축구정기전에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 감독은 "축구에서 2-4를 4대4로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력도 좋았다. 설령 3대4로 졌다고 해도 우리 선수들을 칭찬해주려고 했다. 창준이의 마지막 골도 기가 막히게 들어갔다. 비겼지만 이긴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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