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하는 팀의 기피 1순위는 호주팀이다.
실력 때문이 아니다. 악명 높은 원정길 때문이다. 호주 원정에 나서는 팀은 15시간 이상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야 한다. 직항이 없는 경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경기를 치르고 돌아오면 곧바로 주말 경기다. 그야말로 악몽 같은 스케줄이다. 지난 시즌 '명가' 수원과 포항이 그룹B로 추락한 결정적 원인은 시즌 초반 호주 원정의 후유증 탓이었다. 긴 여정으로 인한 체력 부담을 끝까지 이겨내지 못했다.
15일(이하 한국시각) 호주에서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와 2017년 ACL 3차전을 치를 제주 역시 고민을 거듭했다. K리그 클래식 초반 2경기에서 연승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는 상황. 올 시즌 목표는 리그 우승이다. 이런 상황이라 고민이 커졌다. 호주 원정을 잘 넘기지 못하면 자칫 시즌 내내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리그와 ACL 중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제주는 16일 오후 9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비행기 스케줄 상 17일이 되서야 제주로 복귀할 수 있다. 19일 전남과의 홈경기를 치를 제주로선 여차하면 원정경기를 치르는 기분으로 홈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선택은 애들레이드전 '올인'이다. 애들레이드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더한다면 ACL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원정만 잘 마치면 향후 스케줄은 수월하다. 두번의 홈경기가 남아있다. 제주는 홈에서 강하다. 제주는 올 시즌 ACL 보다 리그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16강 진출 만큼은 놓칠 수 없는 목표다. 일단 전남전을 마치면 A매치 휴식기가 이어져 다시 팀을 추스릴 수 있다는 여유가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제주는 전남전 이후 2주 후인 다음달 2일 광주FC와 홈경기를 치른다.
12일 호주로 출국한 제주는 주전급 선수들을 모두 데려갔다. 마르셀로, 멘디, 황일수 권순형 이창민 정 운 안현범 오반석 이창근 등이 호주 원정길에 동행했다. 주전급 중에서는 부상한 조용형을 비롯해 마그노, 이찬동, 김호준 정도만이 한국에 남는다. 애들레이드는 초반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리그에서도 부진하다. 제주가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있지만 원정 변수를 감안해 주축 멤버들로 초반부터 압도할 계획이다.
구단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호주까지 선수단 좌석을 비지니스로 업그레이드해줬다. 장거리 비행 동안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선수단은 일단 최상의 컨디션으로 호주에 입성했다. 부상으로 쓰러졌던 마르셀로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제주의 애들레이드전 올인 작전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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