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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K리그 미디어데이의 주인공은 감독들이었다.
가장 빛난 별은 단연 신진호(상주)였다. 군인 답게 시종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신진호는 마이크만 잡으면 좌충우돌 돌발 코멘트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백미는 개막전에서 격돌하는 팀에게 각오를 전하는 '다섯글자로 말하기' 였다. 개막전 상대이자 예비역인 정조국(강원)이 "많이 힘들지?"라고 전하자 촌철살인 한마디로 응수했다. "다시 내려가!" 정조국이 "너무 하잖아"라고 웃었지만, 이미 입싸움에서는 패한 뒤였다.
신진호는 'O, X 질문'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았다. '나는 소속팀 외모 3위 안에 든다'는 질문에 양동현(포항), 김영욱(전남)과 함께 O를 들었다. 설명이 압권이었다. "포항에 있을때부터 F4를 만들었다. 모두 내 얼굴을 빛내주는 이들이다. 이번에 그런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나는 감독님이 가끔씩 미울때가 있다'는 질문에는 유일하게 O를 들었다. 신진호는 "사실 오늘이 휴가에서 복귀하는 날이다. 아침부터 준비하느라 하루가 날라갔다. 그런데 감독님이 책임져 주실 수 있는게 없더라. O라도 들어서 어필하고 싶었다"는 볼멘 소리로 웃음 폭탄을 던졌다.
이 밖에 다른 선수들도 재치 있는 대답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SNS에 자주 셀카를 올리는 안현범(제주)은 비결로 "타고난 얼굴"을 꼽았고, 김보경(전북)은 불리고 싶은 별명으로 'KBK'를 외치며 "신뢰받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KBK라고 불러주세요"라고 익살스럽게 말했다. "형님 사랑합니다"는 말을 전한 김민혁(광주)에게 '사랑한다고 화답하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정조국은 "사랑하는 사람은 집에 있다"고 답했다. '사랑꾼' 정조국과 달리 박태홍(대구)은 아내에게 "가족 보다 대구가 우선"이라고 답해 '집에서 괜찮겠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